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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CVC 1호 펀드…GS, 1300억원 규모 벤처펀드 결성

박순엽 기자I 2022.07.10 09:28:49

GS그룹 CVC ‘GS벤처스’ 조성…계열사만 참여
바이오·자원순환 등 그룹 신성장 분야 중심 투자
허태수 “스타트업 투자, 미래성장 위한 필수도구”
대기업 CVC 적극적인 움직임에 벤처업계 ‘기대’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GS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Corporate Venture Capital) ‘GS벤처스’가 13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펀드 결성을 완료했다. 이로써 GS그룹 차원의 벤처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GS벤처스는 지난 5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을 마무리하고 최근 13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펀드 결성을 완성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GS그룹은 앞으로 5년간 신사업·벤처를 중심으로 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 펀드 결성은 이러한 계획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라는 게 GS그룹 측 설명이다.

GS벤처스의 이번 펀드 조성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아래 CVC 설립을 할 수 있게 된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펀드 조성이다. GS그룹은 지난 1월 7일 ㈜GS 산하에 100% 자회사로 GS벤처스를 설립한 뒤 관련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후 지난 5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 7월 1호 펀드 결성에 이르기까지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 계열사만 참여’ 1호 펀드…“투자 시너지 창출”

GS벤처스가 조성한 첫 벤처펀드엔 GS의 주요 계열사들이 투자자(LP·Limited Partner)로 참여한다. 현행법상 지주회사 산하의 CVC는 40%까지 외부자금을 유치할 수 있으나 이번 1호 펀드 조성엔 GS그룹 계열사만 참여했다.

출자자는 ㈜GS(078930)(300억원)·GS에너지(200억원)·GS리테일(007070)(200억원)·GS건설(006360)(200억원)·GS EPS(200억원)·GS파워(100억원)·GS E&R(50억원)·GS글로벌(001250)(50억원) 등 주요 계열사들로만 구성됐으며, 해당 계열사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차례대로 출자가 결정됐다. 전체 펀드의 규모는 1300억원으로 애초 지난 1월 법인 설립 시 계획했던 5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에 조성되는 펀드 명칭은 ‘지에스 어셈블 신기술투자조합’이다. 여기엔 GS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신기술 벤처를 중심으로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GS그룹은 “어셈블(Assemble)이 영어 첫 번째 알파벳 ‘A’로 시작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알파벳 ‘B’, ‘C’ 등으로 시작하는 후속 펀드로 지속적인 투자에 나설 뜻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S벤처스는 앞으로 △바이오 △기후변화대응 △자원순환 △퓨처 커머스(Future commerce) △딥테크(deep tech) △스마트건축 등 GS그룹이 꼽은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초기 단계(Seed~Series B)의 국내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초기 자금이 부족한 벤처 산업계 활성화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GS그룹은 이번 벤처펀드 출범으로 GS그룹 전반에 걸친 투자역량의 시너지가 창출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분산돼 이뤄졌던 스타트업 투자가 GS벤처스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됐으며, 더욱 통일성 있는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현재 ㈜GS의 주도로 국내 GS벤처스와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GS퓨처스, 그리고 주요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투자조직 간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으며, 투자조직과 스타트업 간 상시적인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물론, GS벤처스와 별도로 GS그룹 계열사가 직접 실행하는 스타트업 투자도 그대로 이어진다.

GS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는 기존에 벌이고 있는 사업의 인접(Adjacent) 분야에 투자하면서 본업을 확장하고, 투자전문회사인 GS벤처스와 GS퓨처스는 기존 사업과 직접 연관성이 적으나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고 GS의 신규사업 포트폴리오로 육성이 가능한(Beyond) 분야에 대한 투자에 주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GS)
◇허태수 회장 “적극적 벤처투자로 건강한 사업 생태계 조성”

GS는 사업 환경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스타트업 등과 활발히 교류 협력하면서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나간다는 전략을 벌여왔다. 또 계열사별로 스타트업 투자활동을 통해 시장 변화를 이해하고 사업 혁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최근엔 5년간 21조원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전체 투자액의 48%에 이르는 10조원을 신사업·벤처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GS벤처스의 설립과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 1호 펀드 조성 등의 과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서 ‘스타트업과 함께 하는 미래성장’이라는 그룹 전략을 실행할 체계가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GS는 2020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GS퓨처스를 설립, 북미 지역의 신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기후테크(Climate Tech)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퓨처 커머스 △건설 기술(Construction Tech) 등 분야의 최신 기술을 그룹 전반에 확산해왔다. 이에 더해 GS벤처스가 국내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의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투자 전략 실행이 가능해진 셈이다.

허태수 GS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라면서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개방형 혁신을 통해 GS와 벤처 등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벤처 업계에선 GS벤처스 등 대기업 CVC의 적극적인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룹사 내부의 자금을 원천으로 하는 CVC는 일반 VC(벤처캐피탈)와 비교해 펀드 설정 기간이 길고, 재무 성과뿐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경기 영향을 덜 받으면서 더욱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기업 CVC는 단순 투자뿐 아니라 각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해당 스타트업의 기술을 계열사 사업에 적용해 사업적으로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점도 있다. 더욱이 최근 국내·외 경기 침체 분위기가 벤처투자 업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 지주사 CVC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벤처산업 전반에 활력을 높이리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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