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자이언트북스)의 줄거리 일부다. 마치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를 보는 듯한 작품은 배명훈(44) 작가가 영상화 작업을 염두에 두고 쓴 첫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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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의 첫 시작을 맡았다. 2009년 기념비적인 첫 책 ‘타워’ 출간 이후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며 문단과 독자를 홀린 배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배 작가를 필두로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 소설가 김중혁, 천선란, 김초엽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간 출간에 맞춰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배 작가는 “늦게나마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정주행하고 있는데, 내 작품 속 주인공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문득 배우 김태리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웃기고 코믹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웃었다.
제2의 영상 저작물을 전제로 한 만큼 기존 소설 작법과는 다르게 접근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방법과 영상 장면을 쓰는 접근법은 다르다. 소설은 내면 묘사나 설명을 길게 할 수 있지만, 영상은 카메라로 찍을 수 있도록 장면화해 바꿔야 했다”면서도 “단행본을 출간해야 하는 만큼 소설로 남아 있을 수 있게 선을 찾는 작업이 까다로웠다”고 회상했다.
캐릭터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를 그려나가야 하다 보니, 그 기준을 염두에 두고 쓰는 작업자체가 난관이었다. “재미있는 캐릭터를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설명을 줄이는 대신 장면을 많이 넣었고요. 과학소설(SF) 장르다보니 구현 가능성을 감안해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볼거리를 갖추는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번 소설을 쓰는데 걸린 총 소요 시간은 대략 1개월 반. 배 작가에게도 이번 작업이 새로운 시도였지만 단숨에 써내려간 셈이다. 그는 “평소 중장편 소설을 마감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게 마무리했다. 영상화 작업을 고려한 작품인 만큼 시행착오를 고려하면서 썼는데 계획대로 된 것 같다”며 “구상을 오래하고 집필이 짧은 편이다. 이야기 흐름이 반 이상 정립된 후에 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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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작가 작품의 힘은 낯선 공간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을 담고 있는 ‘리얼’한 SF소설이라는 데 있다. 가상의 세계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포착한다.
그에게 작가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물었다. “경쾌하고 밝은 이야기”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한편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보면 중요한 기로에서 나 또한 자주 그런 고민과 마주친다. 무겁게 풀어낼까. 경쾌하게 풀어갈까. 결국 신나는 스텝을 선택하고 만다”, “세상의 부조리를 다루고 있지만, 입꼬리가 비틀어지지 않는 상쾌한 웃음, 웃을 사람이 누구고 웃음의 대상이 누구여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는, 건강하고 소박한 유머감각 같은 것들”, “문학이 유쾌해도 좋다는 믿음, 덕분에 소설 쓰기가 지긋지긋하지 않다”고 적었다.
“독자들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그것이 제 역할인 것 같아요. 비꼬지 않은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에도 그냥 웃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자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소설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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