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갑을관계 집착한 경쟁당국, 반독점에 집중해야

조용석 기자I 2022.03.17 06:05:00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의 선거공약집 제목은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공정성 가치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할 일이 많은데, 공약집에 상당수 제시되어 있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전속고발권 행사,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활성화, 중소기업 기술탈취 예방 및 피해구제를 위한 공정거래시스템 구축,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불공정행위 규제 및 소비자권익 보호 강화 등이다. 하도급법 관련하여서도, 원자재 가격추이와 하도급 거래관계 및 계약실태 자료 수집, 원자재가격 인상시 의무적 납품대금조정협의, 원자재 가격변화 시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검토 등이다. 비교적 정확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것으로 잘 시행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거래정책은 다른 경제정책과 시너지를 낼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공약집에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해 규제혁파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추진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린다는 기조가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경제성장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특히 리쇼어링(Reshoring)과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등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한 최근 세계정세를 감안하면 더욱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도전적 과제로 합리적 정책설계와 세심한 집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 창달이라는 명분, 과학적 분석과 강력한 집행기능, 오랜 경험을 갖춘 공정거래위원회가 새 정부 경제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할 당위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위해 주력할 정책방향을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경쟁촉진을 통한 경제효율성과 소비자후생 증진을 위해 진력하기 바란다. 현 정부에서는 갑을관계 개선과 대기업집단정책에 우선권이 주어졌지만, 경쟁정책의 본령은 아니었다. 특히 디지털경제 시대에 우려되는 새로운 형태의 독점력 남용을 방지하고 산업구조조정 와중에 면밀한 검토없이 대형독점기업이 출현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디지털 플랫폼의 지속성장과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표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관련법을 재점검하는등 규제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자국 디지털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들의 혁신노력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정에 맞는 규제개혁과 불필요한 정부간섭 배제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당선자 측의 시각도 같은 만큼, 현 정부에서 사실상 실종되었던 부처간 정책조정을 강화하여 경쟁주창 역할을 활발히 하기 바란다. 동시에 플랫폼에는 중소기업 착취가 아니라 상생협력이 지속성장의 관건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당선자 측은 업계 자율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정거래위원회 법집행과 조화를 이루면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여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과징금 피해자기금 조성 등 공약 이상의 피해구제노력을 통해 법집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공정사회를 위한 갑질방지가 기업의 효율적 경영을 막거나 합리적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균형잡힌 판단과 법집행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넷째, 공정거래위원회 고립현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근래 제재대상 기업들은 물론 다른 산업부처까지 공정거래위원회와 과도한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공정거래법의 정상적 집행이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관성있는 법집행과 협의를 통해 설득력을 발휘해야겠지만, 불합리한 반발로 공정한 시장경쟁 원칙이 후퇴하고 법치주의가 무너져서는 곤란하다. 준사법기관으로서 단순히 조사와 제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꾸준한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 협의와 설득을 통해 타협을 이루어 경쟁촉진 목표를 달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큰 책무임을 되새기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직 개혁이 필요하다. 현 조직과 절차는 근간이 40여년 전 마련된 것으로 그 사이 진전된 법치주의를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거래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새 정부 초기에 위원회 구성과 지휘체계, 그리고 사건절차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노력으로 국민들 삶이 편안해지고 경제가 지속발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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