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한국어촌어항공단 귀어귀촌종합센터장은 최근 서울 금천구에 있는 공단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롭게 부임한 젊은 센터장으로서 어촌의 문제에 깊은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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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종합센터는 귀어귀촌 희망인이 어촌의 진입 장벽을 넘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상담과 교육·홍보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곳이다. 지난 달 부임한 정 센터장은 1980년대생으로 역대 센터장 중 가장 젊다. 부산 출신으로 바다와 함께 자란 그는 창업 경험도 있다. 그는 “분야는 다르지만 창업 경험에 힘입어 젊은 귀어인의 어려움이나 생계 문제를 이해할 수 있어 귀어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젊은 센터장’, 청년 마음 두드린다
그는 센터장으로서 박람회를 야심 차게 준비 중이다. 오는 6월10~12일 양재 AT센터에서 귀어귀촌 관련 정보를 종합해서 제공하는 ‘귀어귀촌 박람회’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정 센터장은 “올해 청년 선배 귀어귀촌인 소개, 어업 외 어촌관련 일자리 소개, 청년 귀어인 수산물 판매나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내용을 생각 중”이라며 “청년들에게 어촌에서의 삶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박람회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어 “귀어가 어업 위주의 공간적 개념에 한정된 면이 있다”며 “이런 인식의 틀을 깨고 어촌에서도 다양한 직업과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공유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촌으로의 신규 인구 유입은 고령화와 청년의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어촌의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2020년 대한민국 고령화율이 16.4%인 것에 비해 어촌의 고령화율은 36.2%로 2배 넘게 높다. 높은 고령화율은 어촌의 어촌 인구 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 귀어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대 이하 청년 귀어인의 비율은 2013년 48.0%에서 2020년 33.7%로 줄어드는 추세다. 정 센터장이 청년의 귀어에 힘쓰는 배경이다.
다음 달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용산역에 귀어귀촌 안내 상담소도 개설한다. 그는 “서울역에는 전국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귀어상담소가 있다”며 “용산역사에 귀어귀촌 안내소를 설치해 도시민을 대상으로 귀어귀촌 관련 정책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귀어 인생 큰 변화…“신중한 준비 필수”
어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넘어 완전한 정착까지 지원하는 것이 정 센터장의 목표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전부 정리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가 귀어의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다. 귀어는 현실이자 생계가 달린 문제다.
정 센터장은 “전에는 귀어 우수사례 위주로 안내했지만 청사진만 그린 후 준비 없이 가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족과 집안이 모두 힘들어질 수 있기에 귀어를 하기 전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신중한 준비를 강조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다고 모두 수 천만원의 수익을 올리지 않는 것처럼 귀어인 중 높은 매출을 올리는 사례는 극히 일부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렵게 귀어를 결정했더라도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2018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귀어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귀어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소득(68.3%)이다. 그는 “이 결과를 보면 귀어 후 가장 큰 어려움이 경제적인 부분이고 그 어려움이 귀어 포기로 이어졌다”며 “경제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업·양식업 기술 습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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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귀어귀촌종합센터는 어촌정착상담사로부터 일대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어촌정착상담사는 기존에 ‘귀어닥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사업으로 올해부터 직관적으로 명칭을 바꿨다. 정 센터장은 “명칭 변경과 함께 이 사업의 신뢰성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최근 3개년 컨설팅 실적을 분석해 지역별·분야별 적정 수의 전문가를 평가를 통해 엄선해 위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어촌도 사람 사는 곳”…귀어 실태조사 본격화
귀어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민의 텃세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청년이 귀어했을 때 더 큰 괴리를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성공적으로 어촌에 정착한 귀어귀촌인의 말을 들어보면 먼저 마을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고 한다”며 “어촌도 사람 사는 곳이므로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얼굴을 익히면 어촌마을 분들도 마음을 열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귀어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어촌 고령화를 해결하고, 어촌마을을 발전 시켜 가는 곳도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는 그런 마을들을 매년 발굴해 어(漁)울림마을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정 센터장은 “이런 마을들은 어촌계 가입을 위한 가입비와 거주기한을 폐지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귀어귀촌인들을 지원하는 컨설팅, 마을 인식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외부인을 배척하는 어촌 마을의 정서를 바꾸기 위해 어울림마을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터장으로서 그가 주력하는 것 중 하나가 통계 자료 확보다. 안타깝게도 귀어귀촌 정착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 명맥이 2018년 이후 끊긴 상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황 분석 없이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 센터장은 “귀어귀촌인의 생활과 귀어귀촌 준비, 정착 현황 등 전반적인 귀어귀촌 실태 파악에 나섰다”며 “실태조사 데이터를 최신화하고, 전반적인 조사 내용을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관행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실태조사 통해 효과 좋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그만큼 귀어인 더 늘어나도록 노력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는 연말에 나오겠지만 유의미한 활용은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정 센터장은 “귀어귀촌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며 “종합센터와 전문상담원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귀어 희망인이 귀어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