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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평소 서울 노원구 소재 공장 인근 공터에 자신의 굴삭기를 주차했다. 지난 2018년 이 장소에 다른 승용차가 주차된 것을 보고 이를 주차한 B씨가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차량 앞에 높이 120㎝ 상당의 철근 및 콘크리트 주조물을 뒀다. 차량 뒤쪽에는 굴삭기 부품을 놓아 차량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B씨는 이후 18시간 동안 차량을 운전해 빠져나가지 못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는 아무런 장애가 초래된 바가 없어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A씨에 벌금형을 선고하며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A씨의 혐의가 재물손괴죄에서 명시한 기타 방법에 해당한다고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승용차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설치해 피해자는 차량을 운전해 빠져나가는데 실패했고, 출동한 경찰관들과 장애물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는 약 18시간동안 차량의 본래 용도인 운행에 이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은 피해자의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장애를 초래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재물손괴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단을 직권 파기했다.
대법원은 “재물손괴의 기타방법을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해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차량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바짝 붙여 놓은 행위는 피해 차량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에 충분하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