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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여행의 역사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가 500만~60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에 국한돼 있었다고 한다. 그 지역을 벗어난 이동의 증거는 10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여행과 가까운 개념은 ‘순례’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나 유럽의 성지순례는 종교뿐만 아니라 지식과 문화를 학습하는 여행이기도 했다. 현대적 의미의 관광은 토머스 쿡이 1841년 철도를 이용해 영국의 레스터에서 러프버러까지 왕복 여행을 하는 상업적인 여행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1855년에는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해외까지 가는 단체여행이 기획돼 낮은 여행비로도 교통, 숙소, 음식을 제공하고 외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려고 할까?
파스칼은 “인간이 겪는 모든 불행의 원천은 지루함”이라고 평했다. 러셀은 지루함을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좌절된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여기에서 사건은 어제와 오늘을 구별해 주는 것이다. 즉, 지루함은 변화없는 일상이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여행은 일상 공간을 벗어나 변화를 체험함으로써 지루함을 극복하게 만드는 적극적 행동이다. 여행은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기대하지 않던 새로운 환경, 문화, 사람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인간에게 행복을 준다.
지금은 사실상 여행이 멈춘 상태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국한 한국인이나 국내를 방문한 외래객은 약 85% 이상 감소했다. 시련을 겪는 관광산업을 위해 정부도 대출, 세금 감면, 고용유지 등 여러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위기에는 지자체가 앞서서 관광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광업계에 위기 극복 자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컨대 산업 네트워크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관광플라자 공간 개설 등 관광 재도약 종합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부산과 경기 등 다른 지역들 역시 관광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세계여행이 정점으로 치닫던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3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대안으로 방역을 철저히 하며 안전하게 국내여행을 시작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CNN과 에어비엔비가 서울과 부산 등을 여행해야 할 세계 10대 도시로 여러 번 선정할 만큼 국내 관광도 매력적이다. 해외여행은 방역이 잘 된 국가 간 관광교류를 상호 인정하는 ‘트레블버블’ 방식이나 올 하반기부터 시도될 것으로 보이는 백신 여권을 통해 격리 기간을 해제하면서 점차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다시 여행하게 될 것이다. 억눌린 여행 욕구는 여건만 좋아지면 바로 떠나게 만들 것이다. 다만 다시 여행이 재개될 때 여행을 받쳐주는 관광산업 생태계가 살아 있어야 한다.
관광시스템 중 교통, 숙박, 음식, 관광자원, 서비스 하나만 붕괴된다면 여행활동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관광산업과 전문 인력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난 추억의 여행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방을 싸고 훌쩍 떠나는 진짜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