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 이전까지 여성의원은 치마정장이 관행
박근혜, 추미애 이미경 의원 등 바지정장 등원
해외서도 여성의원 의복 둘러싼 논란 여전
시대흐름 반영한 변화 Vs 시간·장소 부적합 엇갈려
[이데일리 조민정 인턴기자] 정치인이 정치적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옷이다. 옷은 정치인들에겐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또다른 수단이다.
외교에서는 어떤 옷을 입느냐가 하나의 정치적 행위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두 검은 정장에 파란 넥타이를 맸다. 양국이 정치적 뜻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내포하는 복장이었다.
이처럼 외교에서 옷은 상징적인 의미로 자리 잡았다. 그에 비해, 국회에서는 의복 정치가 아직은 생소하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사실 국회의원에 대한 복장 규정은 따로 없다. 포괄적으로 국회법 25조에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품위유지의 의무만 있을 뿐이다. 흔히 국회의원이 입는 정장은 암묵적인 합의로 이뤄진 복장 규정인 것이다.
국회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과거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성의원은 치마 정장을 입는 게 관행이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당시 여성의원 11명이 국회에 진출한 15대 국회 때부터 바지 정장을 입고 등원하는 여성의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은 동료 여성 의원들과 ‘바지 입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 당시, 여성 의원에게 바지 정장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의복이었다.
여성 고위 공직자의 치마 착용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관행적인 복장 규정에서 탈피하기 위해 90년대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바지 정장을 즐겨 입었다. 남성 위주의 국회 문화속에서 힐러리는 줄곧 ‘워스트 드레서’로 꼽혔지만, 그는 끝까지 바지 정장을 고집했다.
| 바지 정장을 입은 힐러리 클린턴(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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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캐나다에서는캐서린 도리온 퀘벡주 의원이 오렌지색 후드티를 입고 등원했다가 논란이 됐다. 도리온 의원은 핼러윈을 맞아 후드티를 입고 등원했다가 동료의원들로부터 ‘의회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도리온 의원은 현지 언론에 후드티를 입은 이유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기 위해 입었다”며 “복장 규정 파괴는 젊은 사람들이 의회에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
| 캐나다 캐서린 도리온 의원이 오렌지색 후드티를 입고 지방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캐서린 도리온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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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프랑스 국회에서는 2017년 진보 정당 LFI 소속 프랑수아 뤼팽 의원이 축구 유니폼을 입고 의회에 등원해 논란이 됐다. 뤼팽 위원이 축구복을 입은 이유는 프로 선수들의 이적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축구복이라는 파격적인 복장으로 표출했다. 복장 규정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던 프랑스 의회는 이를 계기로 ‘지나치게 자유로운 복장은 금지한다’는 드레스코드를 공식적으로 제정했다.
| 프랑수아 뤼팽 의원이 축구복을 입고 국회에 출석한 사진이 게시되고 있다.(사진=프랑수아 뤼팽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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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또한 보수적인 분위기가 관습으로 여겨지는 국가다. 지난 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며 화제가 됐다. 일부에서는 류 의원이 국회의 권위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즈는 “한국은 화려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 국회의원의 국회 참석으로 여성의 직장 내 구시대적 의복 관습에 또다시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원피스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사랑하는 출근룩이다.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직장이다. 다양한 시민의 모습을 닮은 국회가 더 많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류 의원의 의복 정치를 지지했다. 또한 작년 10월 원피스와 셔츠 등 다양한 옷차림으로 의회 활동을 하는 유럽연합의회 모습을 사진으로 첨부했다.
| 2019년 10월 유럽연합의회 모습(사진=European Un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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