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 19 충격 이후 정부 대책에 대해 대체로 호평하면서도 A급 이하 저등급 수요확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여전히 AA급(AA-에서 A+로 추락한 기업 포함)만을 매입 대상으로 삼는 가운데 A급 이하를 담을 특수목적기구(SPV) 설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SPV가 설립되더라도 하이일드 분리과세 펀드 등 추가적인 A급 이하 수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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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운용사 크레딧 팀장은 “최근 국민연금이 AA급 매수에 나서며 AA급은 민평대비 언더(낮은 금리)로까지 발행되고 있다”며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국민연금이 A급 회사채도 일정부분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여행 등 취약업종 지원 확대가 22%(36명)로 뒤를 이었고, 단기자금 시장 안정(16명·9.8%),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13명·7.9%), 채안펀드 규모 확충(5명·3.0%) 순이었다.
신용평가사 소속 30명 응답자 역시 A급 이하 저등급 채권 수요확충(18명·60%)이 정부의 추가 대책 중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뒤를 이어 취약업종 지원확대가 20%로 동일했지만,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13.3%)가 단기자금시장 안정(6.7%)보다 더 필요하다고 봤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PV를 설립해 A급 이하 회사채를 매입할 경우 일정부분 A급 이하 수요 확충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3차 추경안이 통과돼야 SPV 설립이 가능한 만큼 당장 A급 수요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PV의 경우 100% 다 사주는 게 아니고, 차환물량의 30~40%만 가산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이내로 붙여 사주겠다는 것”이라며 “하이일드 분리과세 펀드 등 A급 이하 회사채를 담는 펀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안정펀드의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 민간 자금이 들어간 만큼 AA급 이상으로 제한하는 데 대해 이견이 크게 없다. 다만 채안펀드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A급들의 매수 수요를 위해 분리과세가 가능한 세제혜택펀드가 필요하다는 것. 예컨대 A+이하 회사채 기업어음(CP)을 50% 이상 담는 채권형 펀드에 한시적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개인별 투자한도 1억원 이하에 대해 이자소득세 5% 수준 저율분리과세를, 1억원 이상 투자자는 15.4% 정상세율 부과 후 종합과세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한 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과거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잔액이 9조원에 육박한 적이 있다”며 “A급 회사채의 발행잔액이 60조원이 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는 충분히 A급 수요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A등급은 투기등급이 아닌 우량기업으로 A급 스프레드가 더 벌어져야 한다”며 “정부가 반민반관의 매칭펀드를 조성해 A급만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펀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크레딧 전문가 긴급설문조사는
연기금, 증권, 운용, 보험, 은행 등에 소속된 크레딧 애널리스트, 채권 매니저, 브로커, 투자은행(IB) 담당자 등 전문가 166명이 응답했고 이중 크레딧 업무 1년 미만인 2명을 제외한 유효응답자 164명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분석했다. 담당업무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 53명 △채권매니저 78명 △채권브로커 12명 △기타 21명입니다. 소속기관별로는 △증권 66명 △운용 48명 △연기금 공제 19명 △보험 18명 △은행 10명 △기타 3명입니다. 이와 별개로 국내 신용평가 3사에도 신용평가 업무와 이해상충이 없는 부분에 한해 설문을 진행해 30명의 유효응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