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 장르는 감염과 확산의 공포를 다룬다는 점에서 감염병의 공포와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 강도는 달라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돼 무수한 확진자와 사망자를 낳고 있는 코로나19의 양상을 보다 보면 좀비가 순식간에 확산됨으로써 종말의 풍경을 그려내는 이른바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장르의 한 대목이 떠올라 섬뜩해진다.
그런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킹덤’을 보면 처음 감염된 사체를 굶주림 때문에 먹고 생사역이 확산되기 시작한 조선의 끝 동래 마을에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는 게 느껴진다. 물론 맹렬히 달리며 몰려다니는 좀비떼의 진격은 무섭게 느껴지지만, 그 확산 속도는 온전히 걷고 뛰는 속도에 맞춰져 있다. 만약 지금처럼 도로가 정비되어 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몇 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한 KTX와 버스, 차량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확산속도는 거의 몇 시간 만에 전국을 좀비떼로 뒤덮을 만큼 빠르지 않았을까.
|
지역과 지역이, 국가와 국가가 이렇게 새로운 교통 시스템으로 연결된 지금 우리는 그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이 동시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코로나19 사태로 실감하고 있다. 국가와 민족과 언어와 인종 등등의 구분을 뛰어넘어 지구촌화 된 세상에서 서로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세상을 꿈꾸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때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편리한 교통 시스템이 ‘반갑지 않은 손님’까지 빠르게 전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사정은 디지털로 촘촘히 연결된 온라인 세상에서도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벌어진 ‘N번방 사건’을 보면 이제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대면하지 않고도 조직적인 범죄가 가능한 세상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이 범죄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디지털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확산된다. ‘킹덤’의 생사역이나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일찍이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를 통해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그저 매개하는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그 내용의 변화까지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마샬 맥루한은 그 미디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TV나 비디오, 라디오 같은 매체만이 아닌 자동차나 비행기, 도로 같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매개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마샬 맥루한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아시아나 유럽 정도의 거리를 물리적으로는 하루 정도, 온라인으로는 단 몇 초면 오갈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무한전파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확산할 것이며 무엇을 차단할 것인가. 그 선택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해오늘] 살인으로 끝난 '사령카페' 회원들의 인연](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4/PS26043000002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