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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혼선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한국가스공사(036460)가 법 시행에 앞서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인권경영 매뉴얼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경영 매뉴얼 시범적용 기관에 선정됐다. 공공기관 에너지 분야 대표였다.
가스공사는 선정 이후 관련 체계 구축에 나섰다. 경영진은 외부전문가와 함께 인권경영위원회를 꾸리고 부서별로 필요한 인권 분야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자가진단과 전문가 평가·분석을 했다. 또 이를 인권영향평가 결과로 채택해 실제 부서 운영 과정에 반영키로 했다. 그밖에 중장기 경영계획에도 인권경영 중장기 로드맵을 포함했다. 최고경영자(CEO) 경영계약에도 인권경영 내용을 넣었다.
직장 내 인권침해 사건 처리 매뉴얼도 2~3중으로 강화했다. 인권상담센터를 열어 전담 변호사를 배치했다. 또 인권침해 사건 구제를 심의·의결하는 독립기구 진정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진정심의위는 외부위원을 절반 이상으로 구성해 사내 갑을관계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인권침해 사례를 신고하면 일차적으론 회사가 자체 처리하되 당사자가 이를 수용할 수 없을 땐 인권경영담당관의 사건 조사와 진정심의위 심의·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땐 전담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인권위나 노동위 등을 통한 외부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가스공사는 올해도 외부 공급건설 분야의 주요사업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신규 시행해 현장 근로자의 인권 증진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폭염 건설현장 노동자에 대한 인권존중 정책을 한층 강화하려는 취지다.
가스공사는 인권위 인권경영 매뉴얼 시범적용 기관으로서 이를 타 기업으로 확산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임종국 가스공사 경영관리 부사장은 올 3월 인권위가 연 ‘2019년 인권경영 포럼’에서 회사의 인권경영 매뉴얼 수립·추진 사례를 발표해 1000여 공공기관 CEO와 기업 임직원의 눈길을 끌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같은 포럼에서도 추진 현황을 소개했었다. 본사가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인권경영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설명회와 교육 행사를 열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업 활동과 관련한 인권침해 발생을 사전 예방하고 사람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적인 수준의 인권경영 제도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사람 존중의 포용적 인권문화 조성과 확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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