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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경제 비관론을 경계한다

이진철 기자I 2019.06.20 06:00:00

최저임금 인상에 제조업 구조조정 충격
경기부양 재정확대 ''나라빚'' 논란 확산
부정적 전망이 진짜 위기 부를수도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요즘 경제기사를 보면 나라 경제가 곧 망하는 것 아닌 지 걱정이 드네요.”

지인은 요즘 신문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한편으로는 위기론이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위기론의 진앙지격인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재직 중이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왜 힘든지는 최근 찾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불야성을 이루던 골목은 불이 꺼진 곳이 더 많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조차 드물었다.

음식점 등 뒷골목 가게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근로시간 단축에 기업 회식문화까지 바뀌면서 ‘퇴근 후 한잔’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줄어든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물론 불꺼진 가게가 늘어난데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있겠지만 손님이 줄어 인상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어진게 아닌가 싶다.

올해 들어 경제가 어려울 것이란 건 이미 예견된 일이다. 고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이 받은 충격이 컸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철수했고, 울산·통영·거제 등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시각을 넓히면 중국 등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악화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마저 부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각국 정부가 무역장벽을 경쟁적으로 높이자 국내 기업들은 수출 길이 막힐까 싶어 현지 직접 진출에 나섰고 국내투자는 줄였다. 외국인들도 한국 투자를 줄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로 떠났다.

이렇게 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하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반기 경기회복을 자신하던 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제의 하방 리스크 확대”를 언급하는 등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그렇다고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쏟아붇기도 쉽지 않다.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39.4%에서 내년 40%를 넘을 수밖에 없다”는 발언에 문재인 대통령이 근거를 묻자 적정 국가부채가 어느정도인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세수 수입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면 나랏빚이 늘어나 재정건전성을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가 정치권과 언론, 학계로 확산했다. 한국은행이 통계 기준연도를 조정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9%에서 35%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의미가 퇴색하기는 했다.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과거 “국가부도는 없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있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던 트라우마가 있다. 하지만 지난친 걱정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경제 악화를 예고하는 부정적 전망이 확산하면 소비가 줄고 생산이 감소해 결과적으로 진짜로 경제가 악화한다. 부정적 전망이 나쁜 결과를 낳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지만 위기감을 증폭하는 것도 결코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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