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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F10th]"포기 않는다vs능력 없다"…전문가, 北核 갑론을박

김영환 기자I 2019.06.13 05:40:00

"비핵화 의지 없어도 만들어줘야"vs"정부, 현실 부풀려"
故 이희호 여사 조문 도마 위, 태영호 "예상 틀렸다"
대북 인도적 지원, '정치 수단화'는 문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평화와 번영, 그 불편한 공존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한반도, 혼돈과 위기를 넘어서’란 주제로 이틀간 진행하는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첫째 날(12일)에는 ‘파워게임, 누가 주도하는가’를 주제로 정치·외교·안보영역을, 둘째 날(13일)에는 ‘경제전쟁,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란 주제로 경제·산업영역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사진 왼쪽부터 신 교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방송인 박종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영환 이윤정 함지현 이슬기 이윤화 기자]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없을까.’

대북 전문가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의 포럼 인 포럼 ‘평화와 번영, 그 불편한 공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저마다의 주장을 펼쳤다.

◇태영호 “北, 핵포기 않는다”vs김종민 “核유지 능력 없어”

태 전 공사가 먼저 “김정은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노동신문 1면에 김정은이 핵무기를 가짐으로써 영원한 전쟁을 없앴다고 칭송했다”라며 “제일 가난한 나라가 핵 때문에 강대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자평했는데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영호(왼쪽)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2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평화와 번영, 그 불편한 공존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홍 실장은 이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마음이 없이 위장된 포기 의사를 보였다해도 중간에 변화할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이 없더라도 인센티브를 제공을 통한 북한 경제 발전으로 비핵화 의지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단정짓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며 “중요한 것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새로운 주장을 폈다. 그는 “김일성 시대 핵과 김정은 시대 핵은 다른 의미”라며 “김정은은 최소 30년을 이어달려야 하는데 ICBM을 확보하면서 중단 수준인 석유 공급을 30년간 지속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순간 일본의 핵개발도 가능성이 열린다”라며 “중국이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확언했다.

신 교수는 정부의 대북 전략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은 50년대 중반부터 핵개발 의지를 불태웠는데 제 나이보다 오랜 세월 동안 핵을 개발해온 것”이라며 “당장 몇 년 안에 비핵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현 정권이 너무 현실을 부풀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겠나”라고 따져물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평화와 번영, 그 불편한 공존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신율 “이희호 조문않는 北, 우릴 뭘로 보나”vs홍민 “南정부 빼는 것”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힘써오다 지난 10일 서거한 이희호 여사에 대한 북측 조문단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고인이 지난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시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을 위로했기에 북한 조문단의 방북이 점쳐졌지만, 북한은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전달하는 것으로 애도를 갈음했다.

신 교수는 “이희호 여사는 노구를 이끌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까지 참석하셨던 분이고 김 전 대통령과 함께 6·15 공동선언 당시 평양을 방문하셨던 분”이라며 “그런 분이 운명하셨는데 판문점에 와서 조의문을 전달하기만 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북한은 우리를 뭘로 본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 전 공사 역시 조문단의 방북을 예상했으나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고 했다. 그는 “조문단이 오는 문제는 미풍양속의 문제고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인간적인 문제”라며 “북한이 조문객을 보내겠냐는 질문을 받고 보낼 것이라고 했는데 결과가 틀렸다”라고 시인했다. 그 만큼 북한의 조문 생략은 의외의 결과다.

홍 실장은 “예민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하노이 무산 이후 북한이 취하는 행동은 미국에 어떻게 할 거냐고 공을 던진 상태다. 북한이 조문을 오지 않는 것은 그런 맥락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보기에 한국은 중재자로서 역할을 못했다.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고 미국이 답하지 않는데 남쪽과 뭔가를 한다는 건 북한 입장에서 유용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인도적 지원, 정치수단화 문제” 공감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수단화됐다는 점에서 공통적 문제로 인식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7년 세계식량기구(WFP)와 유니세프 등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공여액 800만 달러를 의결했지만 끝내 공여하지는 않았다. 최근 재의결을 통해 다시 800만 달러를 마련, 공여 작업을 완료했다

태 전 공사는 “800만 불 인도주의 지원은 트럼프(미국 대통령)에 승인 받아야할 필요도 없는데 2017년 의결했던 것을 보내지 않고 2019년 와서 (북한 식량상태가) 악화된 것이라고 (보내면서) 정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2019년 들어 회담이 결렬되니 공여한 것은 자가당착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을 줄 때는 본인이 필요한가가 중요한데 아직까지 북한은 한국정부에 (식량 지원을) 공식 요구한 적이 없다”라며 “왜주냐고 역정을 내고 겉치레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때 식량을 지원해야 감사하게 생각하고 북한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홍 실장은 인도적 지원에 정치적 굴레를 씌운 것은 미국이라면서 태 전 공사와 다소 결이 다른 비판을 했다. 그는 “정략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수단화 시킨 것은 미국”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제재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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