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유튜브]③어떻게 유튜브는 보수층의 놀이터가 됐나?

이승현 기자I 2019.03.19 05:00:03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시간 1년새 2배 껑충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콘텐츠 접근·확산 쉬워
거짓정보·사용자 생각 고착화는 문제점 지적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사진=TV홍카콜라 영상 캡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교회를 다니는 60대 여성 민모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로 정치 관련 채널을 본다. 평소 궁금하게 생각한 정치 이슈를 전문가가 설명을 해 주니 속이 시원하다. 처음에는 교회 카톡방에 올라오는 링크를 누르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아예 일상 생활이 됐다. 다른 사람이 영상 링크를 보내주지 않아도 유튜브만 들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영상이 줄줄이 뜨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미있는 영상을 다른 친구들의 카톡방에 공유하기도 한다.

유튜브가 보수층의 전유물이 됐다. 유명한 정치인과 보수논객들이 줄줄이 유튜브로 뛰어들면서 콘텐츠가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노년층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도 완벽해졌다. 민모씨처럼 카톡을 통해 쉽게 공유할 수 있어 전파도 수월하다. 특히 정권이 바뀐 후로 방송 등 기존 언론이 좌편향적이 됐다고 생각하는 보수층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과 정보를 주는 유튜브에 더 신뢰가 간다.

앱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79억분으로 전 연령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용시간 증가폭이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7년 11월 39억분에서 1년 사이에 2배 늘었다. 이는 보수 유튜브 채널의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장년과 노년층이 유튜브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이다. 과거 진보진영의 미디어였던 팟캐스트와 비교해 보면 팟캐스트는 앱을 깔고 파일을 다운로드해 음성 콘텐츠로 들어야 했던 반면 유튜브는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앱을 까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고 영상도 링크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유튜브가 영상 콘텐츠란 점도 중장년층에겐 이점이다. 신문과 같은 활자 콘텐츠나 팟캐스트 같은 음성 콘텐츠에 비해 영상 콘텐츠는 익숙하면서 편리하다.

또 유튜브가 제공하는 사용자의 선호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시스템도 이들을 매료시키는 요인이다.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자동으로 연이어 재생된다. 이 때문에 유튜브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에 비유되기도 한다.

보수적인 중장년층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유튜브의 큰 장점이다. 이 역시 과거 보수정권 시절 30~40대가 팟캐스트에 열광한 이유와 유사하다. 기존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친화적인 정보를 많이 다루는데, 현 진보정권에서는 보수 관련 콘텐츠가 많은 유튜브에 신뢰가 갈수 밖에 없다. 여기에 유튜브는 방송에 비해 발언이 자유로워 소위 말하는 ‘쎈 발언’도 할 수 있어 사용자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유튜브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거짓정보가 쉽게 유통될 수 있고 사용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사용자들의 생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된다. 이로 인해 유튜브 콘텐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유사한 동영상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편향된 내용의 콘텐츠에 매몰될 수 있다”며 “특히 정치와 관련해서는 이같은 특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