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후속 땜질처방 뒤탈 없을까

논설 위원I 2018.07.18 06:00:00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에 화들짝 놀란 정부·여당이 부랴부랴 최저임금 후속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본질을 벗어난 땜질 처방들이다. 납품단가 인상, 신용카드 수수료와 상가 임대료 인하, 불공정 가맹계약 시정 등은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지만 정작 최저임금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문제다. 역대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이미 손대고 있던 해묵은 대책의 재탕이란 점도 식상하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어제 열린 당정협의는 긴급 현안으로 최저임금 보완책도 논의한다고 해서 관심을 끌었으나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발표를 추후로 미루고 말았다. 기껏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와 카드수수료 인하 추진 등 이미 거론된 방안들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정부·여당이 엉뚱한 곳만 뒤지고 있으니 해법이 나올 리 없다. 납품단가와 가맹계약, 임대료가 문제의 본질이라거나 소상공인들이 대기업과 건물주 때문에 겪는 고통을 호소한 것이라는 여당 수뇌부의 인식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책임을 대기업과 건물주에게 전가시킨 꼴이다. 최저임금으로 촉발된 ‘을(乙)들의 전쟁’을 ‘갑·을의 전쟁’으로 돌려버린 꼼수에 기가 질릴 정도다.

최저임금은 2011년 이후 매년 5~8%씩 올랐다. 저소득층을 배려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내년 인상폭이 올해의 16.4%에 이어 10.9%로 뛰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을 줄도산 위기로 내몬 게 화근이다. 외국에는 없는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해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많은 미국(8051원), 일본(8497원) 등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이쯤이면 주먹구구식 대책들로 대기업과 건물주들 팔을 비튼다고 해서 최저임금 후폭풍에서 비켜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강제로 희생양을 내세운들 다른 곳에서 부작용이 잇따르는 ‘풍선효과’로 경제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다. 광화문 천막농성에 나서겠다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처지를 진정 이해한다면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과속을 멈추고 업종·지역별 차등화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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