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위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강화하는 권고안을 제시한 뒤 하루 만에 기재부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개정안 내용·시행 시점이 불투명해 투자자들의 혼란이 우려된다.
◇“금융도 부자증세 확대” vs “부동산 자금차단 효과 무색”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규제혁신관계장관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이외의 금융종합과세 등에 대해서는 직접 코멘트하기 이르다”며 “특위가 건의한 내용을 조금 더 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소득 증세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비춰지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가 내년 시행을 유예했다고 해도, 그동안 당정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협의해왔고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동일한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터라,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 까지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엇박자를 내면서 자산가들은 상당 기간 동안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 발표 후 세(稅) 부담이 커진 금융자산가들과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의 머릿 속은 복잡해진 상태다. 정부가 ‘부자 증세’에 속도를 내면 자산가들의 재테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어서다. 마땅한 대안 투자처 찾기도 힘들어진다.
정부가 재정개혁특위 의견을 받아들이면 금융 상품에 투자해 한 해 1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둔 사람은 소득세율이 15.4%에서 최고 46.2%로 높아진다. 이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9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해 과세하는 제도다. 과세 기준이 대폭 낮아지면서 ELS나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과세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IRP 등 비과세 상품 비중 높여야”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투자자들도 혼란스럽다. 한 대형증권사 PB는 “금융 자산가들이 세금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일부는 정부 과세안이 명확해질 때까지 관망하며 거래를 보류하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권고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아예 비과세 상품이나 절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증여를 통해 자녀들에게 자산을 나눠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조혁진 미래에셋대우 디지털구로WM지점장은 “비과세와 과세이연 상품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보험금을 수령하는 시점까지 과세를 이연할 수 있는 변액보험, 연간 1800만원까지 수익이 이연되는 연금저축계좌 등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 비과세 상품으로는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이 꼽힌다. IRP는 이직하거나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급여를 퇴직연금 계좌에 재적립해서 만 55살 이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IRP는 연금저축을 포함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기 예금·적금 등 일시적으로 금융소득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의 경우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도 절세 방법이다. 1년 단위의 과세인 만큼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해 한 번에 많은 이자를 받기보다는 만기를 짧게 해 연간 받는 이자를 과세 기준 미만으로 낮추라는 얘기다.
정우성 신한PWM분당센터 팀장은 “아무 생각 없이 2∼3년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금소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주가연계증권(ELS)도 만기 상환형보다는 월지급식 상품에 가입해야 나중에 이자 수익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득을 과세 기준 이하로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산을 증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금융자산을 부부나 직계 존비속에게 증여해 본인의 금융소득을 낮추라는 얘기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배우자는 10년간 6억원, 직계존비속은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박영옥 신한금융투자 답십리지점 부지점장은 “금융상품을 줄이는 것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자산을 가족들에게 증여해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일단은 증여에 초점을 맞추고 ELS 월지급식, ISA상품, 퇴직연금 IRP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