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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조는 “법정관리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여전히 인력 감축에 강경 반대하고 있다.
◇사측 “법정관리 가더라도 청산 막겠다”
STX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청산(파산)만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STX조선은 8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노사확약서 제출 시한을 하루 앞두고 회사는 불가피하게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밝혔다.
STX조선해양 노사는 그동안 구조조정안을 놓고 협상해왔다. 회사 측은 생산직 근로자 695명 가운데 500여 명을 줄이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놨다. 이날 낮 12시까지 유지부서 및 생산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아웃소싱 신청을 마감했지만 목표치에 미달했다. 누적 신청자 수를 보면 희망퇴직 104명, 아웃소싱(외주·협력업체로 소속을 옮기는 것) 40명 등 모두 144명. 이는 정부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자력 생존 조건으로 내세운 생산직(695명) 인건비 75% 감축(500여명) 요구안에는 절반(28.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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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회사가 진행하는 방향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노조말살정책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여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시황이 회복되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법정관리와 상관없이 채권단이 제시한 자구노력을 이행하기 위해 정리해고를 진행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조 “법정관리 가도 할 수 없다”
노조는 “네 차례의 가혹한 구조조정에 이어 또다시 인력을 감축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인적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정관리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은 추가 희망퇴직자를 제외한 남은 생산직 인력 551명의 공용을 유지한 채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사무직은 이미 2600명에서 620명으로 75%나 줄어 더 이상 줄일 여지가 없다. 1100명에서 700명으로 줄여 그나마 감축 정도가 덜했던 기술생산직의 추가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1146억원의 적자를 냈다. 147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배를 제작하기 위한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이 올해 안에 고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STX조선해양 노사가 9일까지 자구계획안 합의에 실패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은 채권단 집회를 열고 채무 조정을 통해 STX조선해양이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낮춘 뒤 경영관리를 한다. 청산 결정이 내려지면 사무직을 포함해 1400여 명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막판 합의 가능성은 없나
물론 막판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측은 협상 테이블을 열어 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해외매각을 완강하게 반대하던 금호타이어 노조도 “더 이상 시간은 줄 수 없고 시한이 오면 청와대도 청산을 못 막는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최후통첩과 “정치적 논리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에 백기를 들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수장들도 한목소리로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5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9일 이전까지 노사간 합의를 이끌어달라”고 당부했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조선업계 구조조정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은 원칙에 입각해 추진하겠다”면서 “시간을 너무 끌지 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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