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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모든 사물을 투명하고 텅 빈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용해하는 행동이다. 나는 나의 자아를 무화시키려 이런 방법을 추구한다.”
물방울화가 김창열(89)이 캔버스에 물방울을 찍어내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초반. 이후 50여년 간 화가는 극사실적인 눈속임 ‘트롱플뢰유’란 서양화법으로 그린 영롱한 물방울로 세상을 동양적인 명상의 세계로 초대했다. 물방울은 단 하나부터 수백, 수천까지 이르렀고 그렇게 모인 물방울은 화가를 기꺼이 세계거장의 반열에 올려놨다.
1980년대 후반부턴 직접 쓴 아니 그린 천자문 바탕에 물방울을 떨군 작업으로 ‘무아의 경지’에 더 다가서는데, ‘회귀 1993’(1993)는 그중 한 점이다. 미묘한 색상, 불규칙한 리듬감. 작은 물방울의 떨림으로 빚어낸 거대한 정신세계다.
내달 29일까지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미술관서 84명 작가가 여는 기획전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100선’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유채. 248×333㎝. 서울대미술관 소장·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