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시와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시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MOU를 맺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대출실적은 올해 단 두건, 67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KEB하나은행만 올해 서울 서대문 충정로역과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에 청년주택을 짓는 시행사에 각각 450억원, 240억원을 대출했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은 주거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0대 청년층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에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서울시가 역세권 민간 토지에 대해 건물 용적률 완화나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고 민간 사업자는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층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업무협약을 통해 시행사와 입주자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통해 청년 주거난 해결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었다. 청년주택을 짓는 사업시행자들에게 건설자금 대출의 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청년주택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보증금 대출 전용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상품출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2월부터 서울시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참여했으나 현재까지 시행사 건설자금 대출 실적이 0건이다. 지난 10월 서울시와 청년주택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시 발표엔 전용상품을 개발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월세 보증금 대출 등 기존 상품이 있어 전용 상품 개발 계획이 아직 없다”며 “사업성이 높지 않은데다 장기 대출을 해야 하다 보니 취급에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까다로운 사업 인허가 절차와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님비(NIMBY)’ 현상에 서울시가 계획했던 올해 예산을 단 한 푼도 쓰지 못한 상황”이라며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사업 관련 요건이 까다로워 이를 맞추는 시행사가 많지 않다 보니 대출 신청 자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승수 서울시 역세권 사업팀장도 “참여 시행사들은 은행 대출 외에도 리츠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이용하고 있어 은행 대출 건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유인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와 은행의 사회적 금융 차원에서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 은행 등 관계자의 참여를 높일만한 방법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주택 대출은 청년 주거난 해결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성보다는 사회공헌의 의미에서 사회적 금융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