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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미팅에 다녀온 기업인들은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만큼, 이에 부응하는 후속조치를 내놔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이번 호프미팅이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려면 기업인들이 털어놓은 각종 애로사항에 대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격이었던 호프미팅..‘압박 여전하다’ 지적도
재계 관계자는 이번 호프미팅을 두고 “형식이나 진행이 상당히 파격적이고, 신선했다”면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디테일까지도 꽤 많이 신경을 쓴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구본준 LG 부회장의 별명을 부른다거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손주 얘기를 건네는 모습이 그랬고, 임종석 비서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맥주잔을 나르는 모습도 그랬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과 기업인이 노타이 차림으로 만나 맥주잔을 부딪히는 모습이라던지, 정해진 시나리오나 준비된 자료 없이 진행되는 모습 등 전반적으로 ‘파격적’이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최소한 과거처럼 대통령이 말하면 기업인들이 받아적던 권위적인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호프미팅에 참석한 총수, 전문경영인들도 탈 권위적인 대통령 모습에 후한 점수를 줬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대통령이) 분위기를 따뜻하게 이끌어줘 (호프미팅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얘기 많이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정부 정책이나 해법, 그리고 기업의 입장과 현안들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담회 주제를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으로 한정해 놓은 것이나, 모범사례라며 오뚜기를 초대한 것도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끼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서로 듣기좋은 소리만 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대화록을 보면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 문제 등 날을 세울 만한 이슈는 빠져 있어 기업인들이 속내를 털어놨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기업들, 일자리창출·상생협력 속도낼 듯
문 대통령이 호프미팅을 통해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라고 밝히고 실천방안으로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을 제시한 만큼, 재계는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후속작업에 곧장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프미팅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기에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삼성전자(005930)는 1·2·3차 협력사들과 함께 ‘협력사 환경안전 개선 협의체’를 구축했다. 현대기아차는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5000곳 이상의 2·3차 부품 협력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LG디스플레이(034220)는 2000여개의 2·3차 협력사까지 전면 확대하는 내용의 ‘신(新) 상생협력 체제’를, SK그룹은 16개 주력 관계사들이 공동으로 1,2,3차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호프미팅이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간담회에서 나온 기업인들 애로사항에 대해 정부가 화답하는 모습이 나와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틀간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도, 정부에게 바라는 점을 에둘러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의 완화를 건의했다. 손경식 CJ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당부했다.
이밖에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비율의 상향 조정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인력의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지원을,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해양기자재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건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와 서비스산업 육성 등 호프미팅에서 나온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은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위해 선행돼야 할 것들”이라면서 “이런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 정부와 기업이 윈-윈하고, 경제살리기의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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