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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논란 기은 행장, 내·외부 출신 비교해보니…내부 '판정승'

김경은 기자I 2016.10.14 06: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권선주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외부 인사 내정설이 확산되면서 ‘출신’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표방하는 정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과 유사한 영업을 하는 만큼 외부 출신이 기업은행장에 적합한지가 도마위에 올랐다.

기업은행장은 주로 관료출신과 한은 출신이 독점해오다 조준희 행장과 권 행장이 연속으로 내부 출신에서 기용됐다. 그러다 출신 논란에 불을 당긴건 현인환 전 정무수석의 내정설이 돌면서다. 기은 노조는 현 전 수석 내정설에 총력 저지를 선언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권 행장 역시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부 출신이 은행의 업무파악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우회적인 비판을 내놨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외부 출신이 대외 소통에 유리해 은행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실제 내부와 외부 출신 행장들의 경영실적은 어땠을까.

13일 이데일리가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 자산총계, 중기대출 달성률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 행장의 실적은 내부 출신이 대체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과 자산총계는 각각 수익성과 성장성 지표로, 중기대출 달성률은 중소기업은행의 정책수행 기능 지표로 삼았다.

먼저 기업은행 순이익이 시중은행 6곳과 기업은행을 합산한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기은 순이익/KBㆍ우리ㆍ신한ㆍKEB하나ㆍSC제일ㆍ씨티ㆍ기은 등 7곳 순이익의 합)은 내부 출신이 평균 17.09%로 외부출신 10.39%에 비해 6.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행장별로 살펴보면 고(故) 강권석 전 행장 재임시절(2004~2007년)과 윤용로 전 행장 재임시절(2008~2010년)이 각각 평균 9.22%, 11.57%를 차지했고, 조 전 행장(2011~2013년)과 권 행장(2014~2015년) 재임기에는 15.62%, 18.56%를 차지하며 기은의 점유율이 점차 확대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단순히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은행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늘어난 점에서 내부 출신 인사들의 경영성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성장 역시 내부 출신들의 성과가 우수했다. 자산총계 점유율은 내부 출신이 외부 출신보다 3.28%포인트 높은 15.26%를 기록했다. 행장별로는 강 전 행장이 11.16%, 윤 전 행장이 12.8%를 기록했으며, 조 전 행장과 권 행장은 각각 14.98%, 15.55%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즉 유가증권 상장사인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유사한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내부 출신이 민간 영역과의 경쟁 부분에서는 훨씬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정책 수행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위한 정부 출연기관으로서 매년 금융위의 중소기업대출 계획 승인 목표치를 부여받는다. 이 부분에서는 윤 전 행장이 114.71%의 달성률을 기록해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이어 권 행장(112.64%), 조 전 행장(111.76%), 강 전 행장(107.83%) 순이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면해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기업은행은 행장 후보를 추천할 권한조차 없고 행장 후보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강 전 행장과 윤 전 행장은 각각 금감위 기획행정실장, 부위원장을 지낸 관료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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