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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 미니 신도시급 ’행복주택 단지’가 조성된다는 발표가 난 지 하루 만인 11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00가구가 넘는 ‘킨텍스 원시티’ 아파트 계약을 앞둔 당첨자들은 계약 여부까지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거센 반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행복주택 1만 3000가구를 지을 새 부지를 확정·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고양시 장항·대화동 일원 144만 9000m(43만 8000평)를 ‘고양 장항 공공택지지구’로 지정, 공공주택 1만 2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장항지구는 고양시 킨텍스 근처로 일산신도시와 거의 붙어 있다. 국토부는 오는 9월께 지구 지정 후 지구계획 승인과 주택사업 승인을 거쳐 2018년 착공, 2021년 준공 및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5500가구는 신혼부부와 젊은층을 위한 행복주택으로 건설한다. 나머지 6500가구에도 일부 공공임대주택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행복주택은 역세권 내 여유 부지를 활용해 소규모로 공급해 왔다. 신규 공공택지 사업까지 벌이면서 대규모 공급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산 주민들은 우선 주변 일대가 베드타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일산지역 대표적 온라인 사이트인 ‘일산 아지매’에는 행복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 의견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주민은 “원시티, 푸르지오, 요진 와이시티 등 현재 주변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만 1만 가구가 넘는다”며 “일산 일대는 자족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항지구 전체의 15%는 자족시설로 만들 생각”이라며 “젊은이들이 근무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 및 대학 캠퍼스 유치도 계획하고 있어 베드타운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산신도시 주민 L씨는 “임대주택에 저가 분양아파트가 나오면 주변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예전 고양 원흥지역에 나왔던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주변 집값이 동반 하락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항의했다. 일부 주민은 고양시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올리는가 하면 24일까지인 주민공람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얼마 전 일산 ‘킨텍스 원시티’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행복주택용 공공택지 발표로 인한 불똥이 계약을 앞둔 킨텍스 원시티로 튈 수 있어서다. 킨텍스 원시티는 GS건설·현대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분양사업을 벌인 2208가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다.
2022년께 개통 예정인 GTX-A노선이 확정되면서 근거리에 킨텍스역이 생겨 호재로 작용했다. 분양가가 3.3㎡당 1600만원에 육박했는데도 평균 청약경쟁률이 5.2대 1에 달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GS건설 관계자는 “행복주택과 원시티 아파트는 수요층이 다른 데다 아직 공공택지사업은 계획 초기 단계여서 계약률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시티 당첨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시티 당첨자 K씨는 “6억원이 넘는 비싼 돈을 들여 집을 사는데, 주변에 대규모 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서면 GTX 킨텍스역 개발에 따른 아파트 프리미엄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행복주택의 경우 단일 공간에 1~2인 가구용 원룸을 대량으로 공급되는데, 이럴 경우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고 주변 집값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행복주택을 사업을 벌일 때는 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물량을 조절하거나 주택 면적을 다양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