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면세점 '먹튀' 논란..롯데-SK, 두 번 울렸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은영 기자I 2015.12.23 06:00:00

돈 되는 서울면세점 따내자 적자 김해공항서 발 빼
신세계 탓에 매장 접은 롯데, 면세사업 철수하는 SK '한숨'
김해공항 연간 매출액 1600억대, 임대료만 641억 써내
"임대료 무리하게 써낼 때는 언제고..활용가치 떨어지자 나 몰라라"

신세계가 운영해온 김해공항 면세점.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신세계(004170)그룹이 면세사업으로 구설에 올랐다. 수익성이 좋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자마자 비싼 임대료 탓에 적자를 기록해온 김해공항 면세점을 접겠다고 나서서다. 무리한 베팅으로 사업권을 따낼 때는 언제고 활용가치가 떨어지자 버리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 허가산업의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 7월 연간 임대료 641억원을 제시해 김해공항 면세점 DF1 구역(651㎡)의 특허를 따냈다. 이는 기존 운영사인 롯데의 연간 임대료인 500억원보다 140억여원 많은 액수로, 김해공항 면세점 연간 총매출액이 16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과잉 입찰’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고, 신세계는 지난 2년간 김해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35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사업성을 잘못 판단해 중도 포기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신세계가 이로 인해 취한 이득에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며 면세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김해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며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해 인천공항과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획득하며 롯데, 신라에 이은 국내 3위 면세사업자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서울시내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데다 공항 면세점처럼 비싼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려 왔다. 사업자는 서류 심사만으로 가려지는데 관세청이 제시한 여러 평가 기준 가운데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이 1000점 만점에 300점으로 배점 비중이 가장 크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보면 적자가 날 줄 알면서 사업권을 따냈고 이를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입성의 수단으로 활용한 뒤 목표 달성 이후 버렸다는 해석도 무리는 아니다.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롯데면세점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었고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의 임직원들은 경질되기도 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김해공항 면세점은 롯데가 운영할 때에도 적자가 나던 사업처였다”며 “신세계가 제대로 된 면세사업을 위한 값비싼 수업료를 낸 것인지 아니면 고도의 꼼수를 부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세계의 과도한 입찰로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는 매장 하나를 접었고, 서울면세점의 기존 사업자인 SK네트웍스는 면세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쟁사를 두 번 울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는 김해공항 면세점 철수 계획을 발표하며 계약기간이 3년이나 남아 위약금을 내야 하는 등 불이익을 받지만, 전략적으로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내년 문을 여는 부산 센텀시티 면세점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진행된 입찰에서 센텀시티점과 함께 특허권을 따낸 서울시내 면세점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신세계가 김해공항 면세점 중도 계약 파기로 지불해야 하는 위약금은 53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한해 2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보던 것에 비하면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중소 화장품 기업 참존은 올 초 진행된 인천공항면세점 3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임차보증금을 정해진 기간 안에 마련하지 못해 100억원이 넘는 입찰보증금을 앉아서 날리기도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면세사업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국가에서 특허를 받아 운영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안 그래도 5년 시한부 특허제도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신뢰도를 크게 훼손했다는 측면에선 도덕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브랜드 육성에 대한 지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본점 신관(8~14층)과 뒤편 메사빌딩(3~7층, 10~11층) 2개 건물을 활용해 연 면적 3만3400㎡(1만100평) 규모의 시내면세점 관련 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이 가운데 메사빌딩은 ‘국산품 전용관’으로 활용할 예정인데 명품 브랜드가 대거 유치될 신관과 건물 자체가 따로 떨어져 있어 제대로 시너지가 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세계는 메사빌딩 내 설치할 면세점 관련 시설에 ‘국산의 힘’ 센터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붙였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지근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는 해도 메인 상품 판매장과 거리가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면세점 특허 심사 과정에서도 질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메사빌딩에서 중소·중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은 보세구역으로 허가 받은 백화점 신관에서만 판매한다. 메사빌딩은 홍보관 등 면세점 보조시설로서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