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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정치인]원희룡의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 제주 실험

김진우 기자I 2015.10.23 06:00:00

'탄소 제로' 제주 만들기 "15년 뒤 제주도에 전기車만 다니게 만들 것"
도정 운영 철학은 '공존'…관(官) 주도 아닌 민간이 앞서는 '협치' 중요
"국가 전체 '파이' 키우는 게 우선이지 '제로섬' 분배투쟁 관심 없어"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제주도로 갈 때는 이미 모든 걸 각오한 겁니다. 제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40대의 나이에 3선 국회의원,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정당 최고위원·사무총장을 거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원희룡(51) 제주도지사. 그랬던 그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크게 한숨 들이쉬고 제주도를 2030년까지 ‘탄소 제로’ 청정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기존의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고 전기자동차 보급과 산업화의 선봉에 서겠다는 포부다. 제주에서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을 실험하고 대한민국 발전으로 접목하겠다는 긴 안목의 사실상 ‘대권 프로젝트’다.

원 지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모든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로 하겠다”며 “지금 제주도에 휘발유 차가 37만대 돌아다니고 있는데 2017년까지 2만 9000대, 2020년까지 13만 5000대, 203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해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도서울본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한대욱 기자
◇“대한민국 전기차 보급의 50%는 제주로 갈 것”

제주도는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가장 완벽한 시험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도의 총 면적은 남한의 1.8%에 불과해 산업 집적도가 높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잘 갖춰지는 등 천혜의 조건이다.

원 지사는 “대한민국 전기차 보급의 50%는 제주로 간다. 제주가 예뻐서가 아니라 한 지역의 보급률이 빨리 올라가야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긴다”며 “제주는 지역이 좁고 인프라가 깔려있다. 한 지역에서 전기차가 많이 진전됐을 때 새로운 인증을 비롯해 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 8일 한국전력, LG와 함께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사업의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도내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인프라를 확산하고 기존 전력망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제주도는 사업을 전담할 민관 합동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2016년까지 150가구로 구성된 시범마을인 ‘에코 타운’을 조성한 후 도내 여러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원 지사는 “신재생 에너지를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저장했다가 가로등이나 가전제품에 사용하는 등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기차도 가정용으로 충전할 정도로 시스템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7시간 가량 전기를 충전하는 완속 충전소를 7만 1000개, 20분 걸리는 급속 충전소를 4000개 세우는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32년 만에 돌아온 고향…“직장생활 힘들게 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원 지사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인 제주를 떠난 후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서 32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제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마쳤지만 30년 이상 서울에서 생활하며 ‘제주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이란 편견을 받기도 했다.

원 지사는 32년 만의 귀향에 대해 “고향이니까 푸근하다. 뿌리로 돌아간 느낌이라 좋다”면서도 “도민들의 기대치가 높다. 도지사, 행정책임자로 갔으니까 직장생활 ‘빡세게’(‘힘들다’는 뜻의 속된 말) 하고 있다”고 소회를 풀었다.

원 지사는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건 얽힌 게 없으니까 사심 없이 깨끗하게 할 것이란 것과 중앙무대에서 나름대로 폭넓게 (정치)하던 사람이니까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낫지 않겠느냐는 기대치는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서로 얽히고설킨 관행이 있는데 이걸 바꾸자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개혁주의자라 부딪히는 부분들이 좀 있다. 개혁을 하면 좋은데 소통도 많이 하고 포용의 정치력을 많이 발휘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민심을 전했다.

원 지사는 당선된 후 도정 운영시스템으로 ‘협치’를 제시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조 소장파 그룹인 ‘미래연대’의 맴버이자 대권 경쟁자이기도 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정’으로 주목받는 것과 비교가 된다.

원 지사는 “연정은 정당끼리 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부지사를 임명하고 실·국장을 추천으로 임명했는데 우리도 새정치연합·시민단체 출신을 일부 임명해 연정 개념이 있다”면서 “협치는 국민의 절차적 참여를 키우고 권한을 주민과 나누겠다는 것으로 정당끼리 연립정부를 하는 개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지자나 소속 정당 내지는 이념적인 성향을 뛰어넘어 ‘공존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일관된 철학”이라며 “협치는 행정을 관(官)이 일방주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앞서 나가고, 민간이 주인이 되는, 단순히 국민참여 수준이 아니라 국민의 주도권을 높이는 것이다. 계속적인 추진방향이고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과감히 실험해 그 열매는 나눠도 좋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0년째 접어들었지만 도민들의 체감지수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특별자치도를 만들 때의 국가적 전략과 초심으로 돌아가 과감한 실험을 해야 한다는 게 원 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한꺼번에 대한민국 체제를 바꾸기에는 위험성이 있고 검증이 덜 된 부분에 대해 제주도에서 국제적 개방이나 규제 완화 등 새로운 실험을 과감히 해야 한다”며 “실험을 하려고 하면 (다른 지자체와)형평성이 안 맞아 못하게 하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세금이나 제도 면에서 멀리 가려고 하는데 지금은 집 문 앞에서 가다만 듯한 상황”이라며 “역대 정권의 지방분권에 대한 온도차가 있고 제주도민들은 이를 민감히 느끼고 있다”며 지금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의 경우도 그렇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겠다고 하면 규제를 다 풀어야 한다. 이중규제가 돼선 안 된다”며 “특히 부딪히는 게 조세제도의 경우 저희만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도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면세구역을 늘리는 것을 예로 들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지 다른 지자체와 경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만 혜택을 누리겠다는 게 아니다. ‘제로섬 게임’으로서의 분배투쟁은 관심이 없다”며 “국가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조세나 금융이나 산업제도와 관련한 부분을 과감히 실험해 열매는 중앙정부, 다른 지자체와 나눠도 좋다”고 말했다.

△사진 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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