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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건설이슈]밀어내기 분양 '경고등'..언제 터지나 '조마조마’

김성훈 기자I 2015.08.08 06:30:00
△지난달 동탄2신도시에 공급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방문객이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 하반기 국내 분양 시장에서 역대 급 장이 선다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얼마나 큰 장이기에 이런 걸까요.

대림산업은 하반기 물량으로 창사 이후 최대치인 2만 7473가구(전국 18개 사업장)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용인 지역에서는 1만 9138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용인에서 10년 새 공급이 가장 적었던 2012년 상반기(625가구) 물량을 30배 웃도는 수치이자, 최대치였던 2008년 상반기(1만 863가구)보다도 75%(8100가구) 증가한 것이죠. 이달에도 전국에서 8월 물량으로는 10년래 최대치인 총 5만 9744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총 73조 909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8.8% 증가했습니다. 항목별로는 공공부문 수주액(총 23조 4470억원)이 지난해 동기 대비 8.1%(1조 7505억원) 느는데 그쳤지만, 민간부문 수주액(50조 4627억원)이 무려 80.5%(22조 5041억원)나 급증했습니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 역대 최저치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자 분양시장은 달아올랐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건설사들의 눈치 싸움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사실 이 열기는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서울·수도권과 부산 지역인데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계약률)은 92.2%로 전 분기(89.5%) 대비 2.7%포인트 올랐는데 서울은 1분기 81.1%에서 2분기 들어 100%로 올랐습니다. 서울에서 올 1~3월 분양한 단지는 2분기에 모두 완판됐다는 이야깁니다.

부산도 청약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에서 일반 분양 청약 접수를 마감한 총 73개 단지 가운데 청약 경쟁률 상위 5개 단지 중 4개 단지가 부산에서 나왔습니다. SK건설이 부산 남구 대연동에 분양한 ‘부산 대연 SK 뷰 힐스’는 481가구(일반공급) 모집에 1순위에서만 14만 4458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00.33대 1을 기록했습니다. 롯데건설이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공급한 ‘부산 연제 롯데캐슬 앤 데시앙’은 256대 1, 부산 남구 대연동에 들어서는 ‘부산 대연 파크 푸르지오’도 111.4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죠.

그런데 서울·수도권과 부산을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난달 분양한 전국 민간·공공 아파트 73개 단지 가운데 23곳(31%)이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습니다. 전체 분양 단지 3곳 중 1곳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요. 경기도 수원·화성·충청 지역 등에 있는 23개 단지는 주택형별 청약자 수가 분양 물량을 밑돌았죠. 1~2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대 1을 못 넘긴 곳도 전체 미달 단지의 43%(10곳)나 됐습니다. 예컨대 충청 지역에 분양한 13개 단지 가운데 청주와 세종시를 제외한 7곳(54%)이 순위내 청약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분양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분양 주택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한 달 전보다 5926가구 증가한 3만 4068가구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4월(2만 8093가구)과 비교해 두 달 새 21.3%(5975가구)나 늘었습니다. 서울·수도권은 1만 6094가구로 전월(1만 4432가구) 대비 11%(1662가구) 증가한 반면 지방은 1만 7974가구로 한 달 전(1만 3710가구)보다 무려 31%(4264가구) 불어났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부산에서 부는 청약 광풍이 주택시장 전체에 착시 현상을 일으키면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셈인데요.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팀장은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과 동시에 아파트 분양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이후 주택 수요 심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단지는 청약 미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요즘 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물 들어 왔을 때 노 저어라’는 말입니다. 최근 건설사들의 분주한 모습이 그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라면 건설사들의 잦아진 노 젓기에 현혹되기 전에 한번쯤 신중히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끝 모르고 차오르던 수심이 언제 빠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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