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식사과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처리과정에서 응급실에 들어온 감염환자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격리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면서 환자 보호자나 일반 방문자들을 빼놔 메르스의 2차 진원지가 돼버렸다. 의사·간호사를 포함해 8000명 가까운 의료인력을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이 메르스 방역에 실패하면서 “삼성이 하면 빈틈없이 처리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삼성그룹은 연간 매출액이 38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외 임직원만 해도 50만명이 넘는 초일류 그룹이다. 이 방대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할 이 부회장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굴욕이 아닌 세계 최고기업 반열에 진입하는 성장통으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 사태가 앞으로도 도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 ‘샤오미(小米) 쇼크’로 주춤하고 있으며 세계 IT·가전시장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법정싸움에서 빈틈없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물론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삼성그룹에 있어 ‘입에 쓴 약’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