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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재는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 안정 국제컨퍼런스’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정부부채보다 가계부채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세출 중심의 추경편성은 국가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는 “선진국은 정부부채 규모가 40~50% 수준에서 100%까지 오른 바람에 국가부채에 집중했다”면서 “한국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의 한 블로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불안의 원천”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전 총재는 “나라별로 종류가 다르고 크기의 차이가 있지만 그 종류와는 상관없이 부채 문제가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해결책을 연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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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경기침체나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추경 요건이 되는 걸로 안다”면서 추경 편성을 시사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 총 네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포인트 인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6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추가인하는 가계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대외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전 총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근엔 미국처럼 큰 나라도 국제적인 변화를 보면서 결정한다”면서 “내가 상대편을 압도할 수 있다면 먼저 움직이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이 관련 정책을 결정할 때 살펴봐야할 나라로 실물경제 부문에서 트레이딩 파트너인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을 꼽았다. 금융 시장 부문에서는 선진국 상황을 유심히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서는 좋은 금융기관이 없어 외부(선진국)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요 국가들이 위기를 겪으면 이머징 국가에서 돈을 빼가기 때문에 우리(한국)는 위기를 만들지도 않았으면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화스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달러나 엔화같은 기축통화와의 통화스왑은 굉장히 유효하다면서도 통화 스왑국가 다양화를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통화 스왑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거나 위기를 분산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아시아 국가와의 거래시 달러를 통한 거래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수출입 기업의 결제시 번거로움도 경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지난해 한은 총재에서 물러난 이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올 7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정규적인 자리에 후임자로 가기보다 과거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제 연구에 힘을 쏟을 생각”이라면서 “한국이 이머징 마켓과 선진국의 중간단계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서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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