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무기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있다. 주인공은 감시용 카메라 시스템에 적용되는 반도체 집적회로(IC)를 설계·공급하는 아이닉스다.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의 아이닉스 본사에서 만난 황정현(48) 대표는 “업력이 13년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초 제품이 5개에 이른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폐쇄회로(CCTV) 시장에서 아이닉스의 경쟁력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삼성전자(005930) 책임연구원으로 6년간 일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 희망과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어린 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30대 중반에 과감히 회사를 뛰쳐나와 2002년 아이닉스를 창업했다. 창업 10년 만에 황 대표는 매출 200억원대의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단기간 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제품 덕분이다. 아이닉스는 2010년 세계 최초로 풀HD급 CCTV용 시스템원칩(센서제어, 중앙처리장치, SDI 전송장치 등이 하나의 칩에 모두 담긴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화질 CC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같은 공로로 지난 2012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아이닉스의 기술력은 단순히 회사 경영에서만 빛을 발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미국의 특허괴물(NPE)이 아이닉스의 최대 고객사를 대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아이닉스의 고객사가 패소할 경우 수십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아이닉스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회사의 존립과도 관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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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엔지니어 출신인 황 대표를 포함한 회사 대부분의 인력이 R&D 관련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38명(2월말 기준)의 임직원이 있는 아이닉스의 R&D 인력은 73.6%인 28명에 이른다. 절반이 석사급이며 박사급 인재도 2명이나 있다. 황 대표는 “중소기업에 인재를 유치하는 게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R&D 인력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재량을 주고 성과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직원들과도 가족처럼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직원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정례화하고 있다. 직접 참가해야 하는 ‘아이닉스배 탁구대회’도 황 대표의 대표적인 스킨십 경영 중 하나다.
황 대표의 기술적 욕심은 끝이 없다. 보다 선명한 화질의 감시용 카메라를 원하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어린이집 CCTV 의무 설치도 아이닉스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이닉스는 이제 HD 시대를 넘어 초고화질(UHD)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황 대표는 “내년에는 UHD 화질을 제공하는 CCTV용 제품을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황 대표의 책상 뒤편 벽에는 ‘시일불현(視日不眩, 해를 보고도 눈이 부시지 않다)’이라는 글귀가 쓰인 표구가 걸려 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부끄러운 제품, 부끄러운 행동은 안하겠다는 다짐”이라며 “아이닉스의 칩을 사용한 CCTV는 어두운 곳에서나 밝은 곳에서나 선명한 화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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