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업체인 A사 대표 천모씨는 건설업계에 부는 칼바람에 직격타를 맞았다. 원청업체인 지방의 중견 건설사 U사가 느닷없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졸지에 공사비 5억원을 떼이게 된 것이다. 다른 원청업체가 U사의 일부 공사를 대신 수주해 밀렸던 직원 월급 두 달치는 간신히 치렀다. 하지만 천모씨는 “이미 신용 불량자로 전락한 데다 은행 계좌까지 묶인 탓에 더는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 건설사 1곳당 평균 하도급 협력 업체 150~700개, 자재 구매 500~3000개사가 거미줄처럼 얽힌 산업 구조는 업계 전반의 냉기가 밑바닥 경제에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토건·토목·건축·산업설비·조경 등 종합건설업체는 1만975곳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1만2321개사)보다 11% 줄었다. 한 해에 270개 꼴로 문을 닫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찰 담합 적발은 업계의 이전투구로 번지면서 계속 확산할 조짐이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지역의 일감 감소와 유일한 활로인 국내 주택시장의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무너져가는 건설산업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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