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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없는 건설업계]감원 칼바람에 공사비는 떼이고…건설업이 무너진다

신상건 기자I 2015.01.20 06:00:00

수천억원 과징금 철퇴
해외사업 수익성 악화
건설사 한해 270곳 폐업

[이데일리 신상건 박종오 김성훈 기자] 두산중공업(034020) 건설부문 해외영업팀에 최근 빈자리가 하나 생겼다. 총원 6명 중 과장 1명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상부에서 구조조정 지시가 내려온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해외 수주 부진 등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해 이 회사는 지난달 말 52세 이상 과장·차장·부장급 사무직원에게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가 밝힌 퇴직 인원은 200여명이지만, 일선 직원들은 그 곱절인 300~4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경업체인 A사 대표 천모씨는 건설업계에 부는 칼바람에 직격타를 맞았다. 원청업체인 지방의 중견 건설사 U사가 느닷없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졸지에 공사비 5억원을 떼이게 된 것이다. 다른 원청업체가 U사의 일부 공사를 대신 수주해 밀렸던 직원 월급 두 달치는 간신히 치렀다. 하지만 천모씨는 “이미 신용 불량자로 전락한 데다 은행 계좌까지 묶인 탓에 더는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건설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공공사 입찰 담합으로 인해 한 해 85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을 맞고, 해외에선 저가 수주와 중국·인도 등 경쟁사 추격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매달 1건 이상 적발되는 담합 사건으로 업계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내 경제 성장은 우리의 땀으로 일군 것”이라는 건설인들의 오랜 자긍심마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업체는 울트라건설 등 총 18곳으로 집계됐다. 25위 건설사인 동부건설마저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의 생존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1곳당 평균 하도급 협력 업체 150~700개, 자재 구매 500~3000개사가 거미줄처럼 얽힌 산업 구조는 업계 전반의 냉기가 밑바닥 경제에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토건·토목·건축·산업설비·조경 등 종합건설업체는 1만975곳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1만2321개사)보다 11% 줄었다. 한 해에 270개 꼴로 문을 닫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찰 담합 적발은 업계의 이전투구로 번지면서 계속 확산할 조짐이다. 저유가에 따른 중동지역의 일감 감소와 유일한 활로인 국내 주택시장의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무너져가는 건설산업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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