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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취임 전부터 그는 ‘진정성’을 입에 달고 다닌다. 취임 직후 한국노총을 방문해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고, 다양한 대화 채널을 만들어 소통하겠다고 했다. 저성장·저고용·일자리 미스매치 등 노동시장 삼중고를 타파하고, 일을 통한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그를 지난 14일 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났다.
◇ 노사정위 재가동… “요구 아닌 양보로 접근”
일단 출발은 순조롭다. 19일 11개월 만에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본회의가 열렸다. 공공부문은 노조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기획재정부를 돌려세워 노사정위 내에 ‘공공부문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공부문 정상화에 대한 공공노조의 반발이 적지 않지만, 국민의 입장과 시각에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노총이 복귀를 선언하며 노사정위가 재개되긴 했지만, 여전히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는 노사정위에 다양한 대화 참여자를 끌어들여 소수가 아닌, 대다수 근로자의 상황을 파악해 사회적 타협점을 찾아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업종별·단체별 다양한 대화 채널도 마련할 방침이다. 노사가 공통으로 이해되는 부분은 먼저 해결하고, 격차 해소 등 다소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신뢰를 쌓아 차츰 해결하겠다고 했다.
노사정 대화의 기본조건은 ‘양보’다. “지금까지 노사정 협의 때 각자의 요구사항을 적었다. 앞으로는 내가 양보할 것을 적어 협상하도록 해야겠다. 역발상 아이디어다. 어차피 협상을 통해 관철할 것과 양보할 것을 가려내야 하는 만큼 양보할 목록을 적는다면 협상이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다.” 이 장관의 말이다.
지속적인 고용 창출 등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기업으로서는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모두 비용부담으로 이어져 고용을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기권 장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재량권’을 제시했다.
“주 5일제 도입처럼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차츰 줄여가면서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법에는 융통성을 두고 당사자들의 필요에 의해 재택근무, 방과 후 근무 등 재량권을 담아주는 형태로 가야 한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60세 보장 등은 전체적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높이는 구조다. 고용이 줄어들지 않으려면 노사 모두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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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온화하다는 평이 주류이지만, 이 장관은 작심한 듯 현대차(005380)를 향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래세대를 위한 신고용 노동질서 확립을 위해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먼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현대차는 한국의 임금, 노사관계 체계에 있어 가늠자 역할을 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간 직접고용을 줄이고 하도급을 늘리며, 비용 절감하기 좋은 구조로 바뀌어왔다. 그 결과 원청과 2·3차 하도급 업체 간 굉장한 격차가 발생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노동시장의 규율이 바뀌어야 한다. 현대차 노사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까지 염두에 둔 임금체계를 고민할 책무가 있다.”
특히 최근 통상임금 문제나 휴일·연장근로 총량 감소, 정년 연장 등과 맞물려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며, 당장 결론내지 못한다면 좀 더 담대한 스케줄을 가지고 단초를 풀어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현대차 노사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의 인식을 전달할 방침이다. 이는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박사가 지적한 현대차 노사 관계의 담합을 깨기 위해 정부 등 외부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같은 맥락이다.
이 장관은 “확실한 임금체계 개편은 현재 호봉제,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를 직무급·성과급제로 바꾸고, 원청과 2·3차 등 하청업체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노사 양측 모두 효율성을 높여 높아지는 비용 부담을 상쇄하고, 이를 3·4차 하도급업체까지 성과가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지난 18일 최대 노조인 울산노조가 불참한 가운데 사내 하청업체 직원 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 ‘경력단절 여성’ 단절…청년 일자리 ‘확충’
이 장관이 구상 중인 신고용 노동질서 확립과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우선순위를 둔 여성·청년의 일자리와 직결된다. 2·3차 하청업체들의 근로조건 개선은 청년들의 중소기업 일자리 찾기로 이어지고, 다양한 고용 형태 확산은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월급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차 밴더 뿐 아니라 2·3차 하청업체의 근로조건 향상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의료·관광·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융합산업을 발전시켜 괜찮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제도와 법을 바꿔서만 되는 게 아니라 원청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청년 고용률 향상을 위해 ‘한국형 일학습 병행제(듀얼 시스템)’를 국가 전체적으로 갖출 계획이다. 예컨대 특성화고 등을 졸업하면 중소기업 등에 먼저 취업해 2~3일에서 5일간 일하고, 주말 등 시간을 내서 대학이나 협회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식이다. 중소기업 근무 경력을 일정 학점으로 인정하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기간을 줄여 단기간 내 대학 졸업이 가능한 것이다. 이미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자리잡은 이 같은 시스템이 확산될 경우 청년 고용률이 높아지고, 특성화고 졸업생과 대졸자간 임금 차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장관의 생각이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해법을 묻자 그는 “경력단절 여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성 고용률이 결혼·출산·육아 등으로 M자형 커브를 그리고 있지만,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정부가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세액 공제 등 다양한 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 경력단절이 안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전환형 시간선택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내년부터 중소기업의 경력단절 여성 재고용시 세액 공제를 통해 1만20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년으로 제한된 세액 공제 기간이 끝나더라도 사업장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 부당하게 해고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일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얻으려면 아빠든, 엄마든 한명은 시간선택제로 일하고, 가정을 돌보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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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출연한 ‘이데일리 초대석’은 오는 22일 오후 5시 10분 이데일리TV를 통해 방송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981년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30여년간 현장을 지킨 정통 노동 관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등이 행시 동기다. 고용과 노동분야의 실무경험과 조정능력을 겸비해 일학습병행제 시간선택제일자리 등 국정과제에 박차를 가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근로기준국장 재직 당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의 정부 입법을 주도했다. 올해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대상(공공기업 인재경영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8월부터 한국기술교육대를 이끌며 청년취업과 직업훈련 등 현장경험을 쌓았다. 이론과 실습의 비중이 5대5인 한국기술교육대의 교육방식은 선취업후학습 등 우리나라 교육이 가야할 방향과 이어진다. 이런 영향으로 한국기술교육대는 교육부의 4년제 대학취업률 4년 평균 전국1위를 차지했다.
앞서 1990년 주(駐)쿠웨이트 노무관 근무 당시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2000km의 사막 도로를 통해 우리 교민 2500명을 철수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마라톤과 등산, 수영 등이 취미로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칙 아래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1957년 전남 함평 △광주고 △중앙대 행정학과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광주지방노동청 청장 △노동부 감사관 △노동부 고용정책본부 고용정책심의관 △노동부 근로기준국 국장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고용노동부 차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