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저녁,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직장인 박정훈(32)씨. 그는 신호를 보고 급정차한 버스에서 손잡이를 놓치면서 앞좌석 의자에 오른쪽 무릎을 심하게 부딪치면서 넘어졌다. 아프기는 했지만, 창피하기도 하고 별일 있을까 싶어 집 근처 정류장에서 그냥 하차했다. 그러나 다음날 무릎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갔더니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로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가 온 국민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도로 위에서는 아직도 많은 승객을 태운 버스기사들의 난폭 운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 천만한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서울 버스는 통합환승 할인, 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소 도착안내단말기(BIT), 저공해 천연가스 버스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버스 운전사들의 잘못된 운전습관은 10년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버스 교통불편 신고건수는 5891건에 달한다. 서울시내를 운행하는 버스가 360개 노선 7485대인 것을 고려하면 버스 3대당 평균 2건 이상의 불편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사안별로 보면 ‘승하차 전 출발·무정차 통과’가 319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친절(1385건), 급제동·급정차·과속 등의 난폭운전(703건)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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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들의 난폭 운전은 직업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관계자는 “버스 운전사는 대기 수요가 많아 조금만 실수해도 해고되기 십상”이라며 “배차시간 맞추기 등 시간에 쫓기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난폭운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서울시는 배차시간 맞추기 등은 고객 서비스 향상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난폭 운전은 기사 개인의 운전습관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버스 운수종사자 교육개선계획’을 확정·시행하고 있다.
이는 시내버스에 장착된 버스정보관리시스템(BMS)과 디지털운행기록장치(DTG)에 기록된 운행 현황을 매달 분석, 운전 습관 개선이 필요한 운수종사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교육·관리하는 것이다. BMS는 차량별 배차 정보를 비롯해 문을 열고 출발하는 행위와 무정차 통과, 과속 운전 등의 내용이 저장되고, DTG는 급출발·급제동·급가속·감속 등을 측정해 기록하는 장치다.
아울러 올해 적용되는 버스회사 평가 항목에 운전 행태 개선 여부 등을 포함할 방침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 회사 66곳이 지급받는 성과 이윤이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버스회사 평가와 교육 등을 강화해 버스 이용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