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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인 원룸에 살고 있는 대학생 김모씨는 최근 월 임대료를 5만원 올려줬다. 지난해 말까지도 빈집이 남아 돌았지만 개학기간이 다가오면서 수요가 늘자 집주인이 임대료 상승을 통보한 때문이다. 주변 원룸들도 보증금을 낮추고 임대료를 높이는 추세여서 김씨는 집주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월세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월셋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수요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부담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는 월세 임대료뿐 아니라 전·월세 전환율(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도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월세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는 모습이다.
◇월세 부담, 전셋값 상승률 맞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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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의 경우 월세의 환산전세가가 지난해 3분기 1억1162만원에서 4분기 1억2770만원으로 9.2% 늘었다. 같은 크기의 단독·다가구 주택 부담도 환산전세가가 5703만원에서 5718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전용 60㎡ 이하 소형 연립·다세대주택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3분기 7874만원에서 7885만원으로 부담이 커졌다. 이는 소형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대부분 원룸과 투룸 등 대학가나 서민층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 유형이기 때문이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전·월세 전환율은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로 전환시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얘기일뿐 실제 월셋값과는 별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전셋값이 상승하는 만큼 월세가격도 따라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사기관마다 집계 기준 달라… 시장 혼란 부추겨
문제는 전·월세 조사기관에 따라 전·월세 전환율이 달라 이를 참조해 가격을 책정하는 부동산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4분기 실거래가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전·월세 전환율이 연 7.6%로 3개월간 0.2%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오히려 강남과 강북, 도심지역 아파트는 전환율이 올라 월세입자의 부담이 커졌다.
반대로 정부의 공식 시세 집계기관인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지역 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6월 연 9.6%에서 다음달 연 8.4%대로 낮아진 이후 매달 0.1~0.2%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감정원이 이를 기준으로 책정한 월셋값도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서울은 지난해 4월부터 월세가격이 매달 0.2~0.4%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계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시 발표는 이미 거래된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감정원은 표본주택을 정해 시세와 호가, 거래 상황 등을 총 집계해 분석한다. 이번 렌트라이프 분석자료는 서울시와 국토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월세를 완전 전세로 바꾼 결과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월세이율은 시세를 기준으로 하고 호가가 많이 반영된 반면 서울시 통계는 실제 거래된 것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차이가 있다”며 “강제력은 없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 정확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발표 기관별로 전·월세 전환율 통계치가 달라 월세가격 책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은 서울시 통계는 사실 이미 지난 결과이고, 시세를 기준으로 한 감정원 자료는 지역별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로선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바로 기준”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한국주택학회에 ‘전·월세 통합지수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전·월세 가격의 모니터링 강화 및 준공공임대·주택바우처 제도 확대를 위한 것으로, 한국감정원은 오는 8월 결과가 나오는대로 조사 체계나 방법 등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