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난 이후 거래 절벽과 전세난이 겹치면서 잘나가던 서울의 소형아파트마저 팔리지 않고 있다. 또 전셋값 급등으로 지방과 소규모 주상복합단지에 국한됐던 고(高)전세가율 아파트가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의 대단지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지만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세가율이 60~70%를 넘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화된다는 공식도 전혀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전세가율 80% 이상 아파트는 모두 전용 60㎡ 이하 소형으로 전셋값은 1억7000만~3억1000만원, 매매가는 2억1000만~3억8000만원 수준이다. 전셋값에다 3000만~7000만원만 더하면 아예 집을 살 수 있지만, 지난달 이후 이들 아파트의 매매 거래는 전세(7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건에 불과하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소형아파트 매입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조차 전세로 눌러앉아 때를 기다리자는 관망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주 접근성이 좋고 배후 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소형아파트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서초구 서초동 더샵서초아파트(329가구)는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이 불과 100m떨어진 초역세권 단지다.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와 가까운 이 아파트 전용 33㎡형 전셋값은 2억9000만원, 매맷값은 3억3500만원선으로 전세가율이 86.6%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한달 새 전세만 2건 거래됐다. 서초동 슈퍼빌야후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집값 수준인데도 전세는 물건이 나오는대로 계약이 성사된다”며 “집값 하락세에다 취득세 부담까지 겹쳐 매매가 완전히 끊긴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로 구로디지털단지 초입에 자리한 구로구 구로동 두산위브아파트(660가구)전용 36.9㎡형 평균 전셋값은 1억7250만원으로 매매 시세(2억1500만원)의 80% 선에 육박한다. 그러나 7월 이후 전세는 4건이나 거래됐지만 매매는 단 한 건에 머물렀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오르고 매매 가격이 내리면서 높기만 했던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라며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연말까지 취득세가 면제되는 만큼 시세보다 싼 급매물 중심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 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