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스팩)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 상장 초기 급등세를 보이면서 각종 우려를 불러일으켰지만 선보인지 두달이 지나면서 과열양상은 어느정도 진정된 모습이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3월 증시에 상장된 스팩들은 주가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주가 변동성 역시 크게 축소됐다.
일단 공모가 150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3810원까지 튀어 올랐던 미래에셋스팩1호(121950)가 어느새 1900원까지 내려 앉았다. 아직 공모가보다 27% 가량 높아 `이상 급등` 수준이지만, 시장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어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량 역시 크게 감소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스팩1호의 평균 거래량은 50만주 가량으로, 지난달 300만~1000만주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미래에셋스팩1호는 3월18일 2500만주 이상 거래되기도 했다.
다른 스팩들은 거의 공모가 언저리까지 하락한 상태다.
대우증권스팩(121910)이 3605원에 7일 장을 마쳤고, 현대증권스팩1호(122350)와 동양밸류스팩(122290)이 각각 6240원, 1만100원까지 하락했다. 동양밸류스팩의 경우 공모가 1만원보다 불과 1% 높은 상황이다.
장외기업 합병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스팩은 금융감독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상 급등세를 보여왔다.
원금이 보존되고 M&A 성공시 투자 매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까지 급등했던 것. "주가가 자꾸 오르면 M&A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경고도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은 스팩 시세조종, 합병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엄포를 놔야 했다. 특별조사팀 가동도 검토했다.
그런데 결국은 `시간이 약`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열이 사그라들고 주가 역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결국 시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고가에 주식을 잡은 투자자들만 큰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미래에셋스팩1호는 고점에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실률이 50.13%에 달하고, 현대증권스팩과 동양밸류스팩 역시 하락률이 50%, 40%에 가깝다. 동양밸류스팩은 상장 당일 시초가에 잡았더라도 손실률이 30%가 넘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 지분을 5% 이상 들고있는 기관들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음에도 주가가 정상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이는 애초부터 예상됐던 것으로, 투기 심리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만 골치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