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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브리핑)`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할 때

김경민 기자I 2009.10.22 07:44:10
[이데일리 김경민기자]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인 고객들을 보면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일단 의심이 매우 많아 사고가 날까봐 함부로 여행도 가지 못하고 가족도 믿지 못해 인생이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한 증권사 PB가 한 말이다. 고액 자산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재산규모가 큰 고객들일수록 의심도 많아 투자에도 매우 신중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증시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증시가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되자 끊임없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가 수준이 합당한 수준인가부터 시작해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언제까지 회복될지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글로벌증시가 어디로 움직일지에 대해 눈치만 보고 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매우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는데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거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60일 이동평균선과 20일 이동평균선 안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또 기업들의 3분기 깜짝실적에도 제대로 웃지 못하고 있는 주가가 이를 방증한다. LG전자(066570)를 비롯해 GS건설 부산은행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양호한 3분기 어닝시즌보다는 다가올 4분기 실적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크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랬듯이 신중한 것은 좋지만 무작정 겁에 질려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경우 4분기 실적 둔화 우려가 있지만 계절성과 내년 성장을 위한 마케팅 투자비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직전 분기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다른 4분기 실적에 비해서는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4분기에 마케팅 투자로 인한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달러-원 환율 하락과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높아지고 있는 수출 경쟁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상품수지 흑자가 사상 최초로 일본을 앞지른 점이 뒷받침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환율 하락속도가 완화되고 있어 당분간 시장에서 적정 수준으로 꼽고 있는 1150원을 밑돌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당장 오늘은 하락 마감한 미국증시의 그늘 밑에 서야 하지만 기업들의 우수한 성적 덕분에 밸류에이션 부담은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할 때다.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지만 철저히 실적을 중심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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