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도시 건설 인천 검단·파주

조선일보 기자I 2006.10.28 17:12:22

검단 "1년 넘게 안팔리던 땅 하루아침에 팔려"
파주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 거래 거의 끊겨

[조선일보 제공] “오늘 영업 안 해요.”

인천 검단신도시가 발표된 27일, 서구 원당지구의 으뜸공인중개사 사무실 앞. 주인이 문을 걸어 잠갔다. “국세청이 투기 단속한다고 떴대요.” 정병관 대표는 “정부에서 투기장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왜 우리한테 덤터기를 씌우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근처 10여 군데 부동산도 모두 문이 꽁꽁 닫혀있었다.

근처의 또 다른 B부동산. 기자가 문을 흔들자 낯선 남자가 “부동산 찾느냐”며 근처에 있던 공인중개사를 불러줬다. 문을 닫고 불은 꺼놓았지만, 영업은 계속하고 있었다. “해약만 벌써 5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싼 가격에 받아줘서 고맙다고 하던 주인들이 모두 계약해지하겠답니다.” 원당지구의 경우 33평형 아파트값이 2억5000만~2억8000만원이던 것이 최근 3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아파트 매물이 모두 자취를 감추자 사람들은 상가와 땅으로 몰렸다. 검단신도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불로지구의 K부동산사무실. 20여분 남짓 앉아있는 동안 “신도시 외곽에 있는 괜찮은 땅 없어요?” “허름한 단독주택지 나오면 연락주세요”라며 전화번호를 두고 가는 중년부부를 3쌍이나 만났다. 전화벨은 1~2분 간격으로 울려댔다. 원당지구 뉴시티프라자 상가분양사무실 이상범 대표는 “하루에 상담전화가 기껏 해야 한두 통이었는데, 요즘은 6~7통은 기본이고 방문상담도 많다”며 “근처상가 5~6곳의 공실률이 50%나 됐었는데 정부 발표 후 외지인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호재(好材)로 가격이 다소 비싼 당하지구.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청마공인중개사 백미성 대표는 그제야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화만 100통 가까이 받았다”며 “1년 넘게 안 팔리던 상가부지가 하루아침에 팔리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백씨는 “올라봤자 강남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도 아니잖아요. 저평가됐으니 당연히 올라야죠. 이곳 사람들은 평당 1600만~17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느닷없는 부동산 투기 광풍(狂風)에 무주택자의 불만은 컸다. 당하지구의 풍림아이원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미경(40·인천시 서구 당하동)씨는 올 4월 8000만원에 입주했다. 당시 집값은 1억7500만원. 지금은 3억원을 호가한다. 김씨는 “정부 발표 이후 하루 만에 5000만원씩 값이 뛰는 걸 보니 정말 허탈했다”며 “집값 안정될 거라는 정부 말만 믿은 사람만 바보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개발 규모가 확대된 파주신도시는 한산했다. 이미 개발 호재가 반영된 분양가는 이미 높은 수준이어서 거래 자체가 드물었다. 파주 교하지구에 위치한 신동아공인중개사 조기숙 실장은 “아파트 분양도 다 끝났고, 현재 평당 가격도 110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신도시 추가 개발과 관련된 가격은 이미 거래가에 다 반영되어 있어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교하지구 일대 다른 부동산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문의전화만 1시간에 1~2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예정지역에 맞닿아 있는 운정신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암공인중개사무소 이현도 사장은 “어제 발표 이후 호가를 1000만원 더 높게 부른 집이 몇 집 있었지만 수요가 없으니 거래가 되지 않는다”며 “추가수용 면적이 늘어날 거란 소문만 나돌아 아파트 가격만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 역시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해도 작은 것은 10년, 큰 집은 최소 5년은 손에 가지고 있어야 하니 거래가 잘 될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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