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35 NDC'가 공약(空約) 되지 않으려면

김정남 기자I 2024.09.09 06:00:00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부교수] 의욕적이되 달성할 수 있는 목표. 필자가 지난 2015년 파리협정 전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발적 감축목표(INDC, 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을 위해 실무작업을 수행하던 중 받은 조언이다. 당시 여러 회의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기회가 있었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런 대전제에 공감했다.

우리나라 NDC 수립은 여전히 서로 상충하는 두 조건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기후 변화라는 글로벌 과제에 충실히 기여하는 노력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의욕은 필요하다. 전 세계가 참여하는 파리협정 체제에서 모든 국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기후 변화 문제의 시급성은 모두가 도전적인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제시하는 공약(空約)은 경계해야 한다.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정책의 합리성까지 왜곡하게 된다. 감축을 실제 해야 하는 기업들도 허울뿐인 공약에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2035 NDC’ 설정을 위한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의욕적이되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우선 우리나라의 현 위치를 철저히 살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 부문을 예로 들어 보자. 제조업은 경제의 핵심축인 한편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부문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여건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교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부터 제조업의 실질 부가가치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는 둔화하는 탈동조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 2년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성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비중이 일본, 독일 등 주요 제조업 선진국보다 높고 온실가스 증가 추세가 완화됐으나 본격적인 감축에 대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지난 2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소도 실제 내용을 보면 감축의 실현보다는 경기 침체에 의한 생산 감소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NDC의 수립은 실사구시의 접근이 우선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2035년까지 앞으로 약 10년 동안 산업 부문에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고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경제의 핵심축인 산업 부문의 불황을 예상해 NDC를 수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즉, NDC 목표를 적극적으로 상향하는 것은 높은 한계감축 비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산업 부문의 의욕성은 어떻게 이끌 것인가. 최근 기후테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아직 유의미한 방향성을 갖고 규모 있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탄소중립이나 저탄소 기술이 우선 닿을 곳은 ‘우리나라 산업의 저탄소화’ 분야다. 기후테크는 정체가 불분명한 신산업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경제의 주축인 주요 업종의 탈탄소화를 이루는 기술이 가장 긴요하다.

아울러 규모 있는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일본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같은 정책에는 탄소중립 혁신 기술의 개발 및 보급의 전 과정에 맞춤형 지원 계획이 짜여 있다.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이 완전히 자리 잡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기술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시장성을 갖춰나가는 중간 단계로서의 의미는 상당하다 할 것이다. 선진국은 혁신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까지 촘촘한 지원을 약속하고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의 행동은 공약(空約)으로 이끌어지지 않는다. 철저히 우리의 현재에 기반한, 미래를 위한 과학적인 방향 설정과 체계적인 지원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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