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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2018년 3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급증했고,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2023년 10건으로 늘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충전소도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가 주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떠오르자 건설사들도 해법 마련에 분주하다. DL이앤씨는 중소기업과 협력해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어 직접 물을 분사해 열폭주를 잡는 원리다.
이 시스템은 이동식, 고정식, 수동식 등으로 구성되며 현장 여건에 맞춰 설치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e편한세상’ 아파트에 해당 시스템의 시범 적용을 검토 중이고 국내외 아파트 및 일반 건축물, 관공서 등으로도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도건설은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충남 내포신도시 반도유보라마크에디션 아파트에 전기차 화재진압 설비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하면 천장에 달린 소화덮개가 자동으로 내려와 차량 주변을 차단한 뒤 스프링클러로 불을 끄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수주한 재건축 단지의 전기차 주차구역에 방화벽체 시공을 적용하는 등 시공·설계 보완책을 마련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기차 소화덮개를 갖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GS건설도 진압 시스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자동차법상 신축 아파트는 전체 주차대수의 5%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내년부터는 10%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전기차 인프라 확대 기조에 발맞춰 화재진압 시스템 역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다만 화재진압 시스템 설치는 아직 의무화하지 않았다. 소방본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기차 충전시설을 가급적 지상에 두고, 부득이 지하에 설치할 경우 방화구획과 소화 수조를 설치하라고 권고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각종 건축 규제와 원자재값 인상으로 건설공사비가 치솟은 상황에서 새로운 설비는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로서는 화재진압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제안할 것이나, 시행사나 조합이 공사비 절감 차원에서 관련 비용을 제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 새로 진압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치비용에 대한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다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화재진압 성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설치 비용을 낮추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 늘어난 수요와 함께 대량생산 체계가 구축되면 설치 비용 부담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