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금은 빚 갚는게 이득"…현금상환 나선 건설·게임업계

이건엄 기자I 2024.08.05 08:00:00

[회사채 기피하는 기업들]③
건설·게임 등 발행 여건 악화 업종서 두드러져
대우건설·엔씨·펄어비스 등 현금자산 적극 활용
이자 지출 감소 등 긍정 효과…유동성은 부담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자 보유 현금으로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에 나서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금융 비용 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자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현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현금이 급감해 유동성이 크게 나빠진 경우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과 엔씨소프트(036570), 펄어비스(263750)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전액 및 일부 현금 상환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부채 부담과 이자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펄어비스는 지난 7월 말 만기가 도래한 1470억원의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다. 앞서 지난 2021년 7월 펄어비스는 서버 증설과 신규 지적재산권(IP) 개발을 위해 공모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분기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액 현금으로 상환했다. 해당 회사채는 지난 2019년 5년물로 발행한 공모채로 조달된 자금은 운영자금과 신규 게임 마케팅 등에 활용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부터 2년여 간 1500억원의 공모채 중 1361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했다. 상환해야 될 공모채와 사모채를 포함한 회사채가 발행가액 기준 20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70% 이상을 상환한 것이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이 만기 회사채 현금상환에 나선 것은 조달 여건 악화 영향이 크다. 신규 회사채 발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단기차입금보다는 보유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엔씨소프트 판교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당장 건설채만 보더라도 GS건설(006360)과 롯데건설 등 대형사조차 미매각을 기록하며 조달에 난항을 겪었다. 게임채 역시 빅3 중 하나인 넷마블이 미매각은 피했지만 모집액이 가산 이자율 최상단 부근에서 채워지는 등 조달 비용 측면에선 이점을 보지 못했다.

특히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의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거센 상황이라 신규 회사채 발행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 신용등급 전망이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부정적’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펄어비스는 지난 6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현금상환의 경우 유동성이 풍부하면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둔화한 기업일수록 현금상환이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존 회사채가 저금리 시절 발행된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 감소에 따른 이자 비용 절감 효과보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악영향이 더 크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엔씨소프트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말 별도 기준 414억원으로 전년 말 1851억원 대비 77.6% 급감했다. 현금성자산이 전체 유동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6%에서 2.1%로 6.5%포인트(p) 하락했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둔화됐다는 점에서 이전 수준의 현금을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 코리아 대표는 “회사채를 현금 상환하는 곳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괜찮은 회사인 경우가 많다”며 “현금흐름이 괜찮은 회사입장에서는 금리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차입금 보다는 현금상환이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이나 게임 등 회사채 발행이 녹록지 않은 업종에서 이러한 경향을 보인다”며 “유동성 여력만 된다면 굳이 차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