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이달 초만 해도 21대 국회에서 고준위법을 처리하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21일 관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고준위법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위원회를 열어 남은 쟁점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중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이 같은 일정이 모두 무산됐다.
야당 관계자는 “고준위법은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중소기업협동조합법(중기협동조합법)과 함께 3개 법안을 묶어 처리할 방침이었다”며 “그러나 채상법특검법 단독 처리로 분위기가 냉각된데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음 주 본회의 일정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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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법은 오는 2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폐기된다. 일각에서는 본회의 당일 오전 상임위를 열어 의결하고 오후에 바로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는 ‘실낱 희망’도 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조차 고준위법을 포함한 민생법안 처리에 의지가 꺾인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폐기 가능성이 높다.
여당 관계자는 “고준위법은 본회의 당일에도 상임위를 열고 처리할 수 있지만 야당의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로 상임위 일정을 위한 여야 간사간 협의는 물론 본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고준위법이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하면 △과거 9차례의 방폐장 부지 선정 실패 사례 반복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인한 건식저장시설의 적기 건설 차질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전가에 따른 사회적 갈등 심화 등 문제점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6년 후부터 (원전 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출력을 낮춰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걱정할 심각한 상황”이라며 “채상병특검법과는 별개로 다음 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에서 고준위법을 포함한 민생법안 처리는 의지를 갖고 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