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방향성을 제시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에 따라 대기성 자금의 이동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PI가 전망치에만 부합해도 대기성 자금의 상당 부분이 증시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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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84조2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83조841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6일 만에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다. 이달 들어서만 2조원 이상 늘면서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이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을 때 목돈을 넣어두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연초 대비 30조원 이상 늘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이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진 데다 반도체 등 국내 증시를 이끌던 기존 주도 종목들의 주가가 횡보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를 키우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15일 밤(한국시간) 공개되는 미국 4월 CPI가 대기성 자금의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CPI 결과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앞서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상승, 시장 예상치 0.3%를 웃돌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CPI’ 발표 앞두고 증권가 전망도 엇갈려
관건은 4월 CPI가 시장 예상치에 얼마나 들어맞는 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미국 CPI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4%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3월 연간 상승률인 3.5%보다 둔화한 수치다. CPI는 올해 들어 석 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4월 CPI는 시장 예상치에만 들어맞더라도 증시에 호재가 되리란 전망이 제기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개월 연속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돈 물가 지표가 시장 전망에 들어맞는다면 시장의 물가 전망 모델이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의미”라며 “이는 곧 연준 평가처럼 1분기 물가 지표가 재가속화보다 울퉁불퉁(bumpy)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시장 전망치에 들어맞으면 시장 금리 안정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4월 CPI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추가적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기대가 되살아나고, 통화정책 불안심리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어 CPI(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둔화 재개를 확인한 이후 채권금리와 달러화가 추가 레벨 다운되면서 코스피 지수도 2800선을 향하는 흐름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4월 CPI가 시장 예상치에 들어맞더라도 시장에 부정적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4월 CPI는 예상치에 들어맞아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흔들 수 있는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 분위기를 뒤집어 놓은 3월 CPI에 이어 4월 CPI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에서는 다음 달 발표될 5월 CPI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치리란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CPI 때는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돼 부정적인 민감도가 컸으나 6월 FOMC까지는 5월 CPI 결과도 포함된다”며 “4월 CPI가 높은 수치를 기록하더라도 악재로서의 영향력은 3월 CPI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