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범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현재 11차 전기본 초안(실무안) 발표를 앞두고 주요 내용을 최종 검토 중이다.
전기본은 정부가 2년마다 만드는 15년 단위의 법정 전력수급 계획이다. 15년 이후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발전·송변전 설비 구축 계획을 담는다. 우리나라 전력수급 체계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석탄·가스화력발전소를 언제 어디에 지을지를 사실상 확정하는 계획인 만큼 전력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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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에선 탄소중립 목표 아래 국내 전체 발전량의 약 60%를 맡은 석탄·가스 화력발전량을 줄이고 원전·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안과 그 속도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최대 관심사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다. 아직 그 규모와 시점·장소를 예단할 순 없지만, 신규 원전 건설 자체는 유력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에너지위원회에서 전문가 자문을 수용하는 형태로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 검토에 착수했다.
11차 전기본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철학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첫 번째 계획이기도 하다. 윤 정부는 재작년 5월 출범 후 직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국정 과제로 내세웠고 지난해 1월 10차 전기본을 확정했으나 당시엔 신규 원전 계획을 포함하지 않았었다. 정권 출범 직후 전기본 수립에 착수한 만큼 정부 의지를 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업계에선 이번 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2기 혹은 4기가 추가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을 포함해 국내 원전이 30기에서 32~34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작정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력을 수요~공급이 실시간 이뤄져야 하는데 원전은 실시간 발전량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電源)이기에 양수발전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보완적 설비가 필수다. 더욱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 기조를 고려하면 또 다른 경직성 전원인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대폭 늘려야 하는 만큼 원전을 필요 이상으로 늘릴 경우 당국은 오히려 수급 관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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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한국전력(015760)공사(이하 한전)가 2036년까지 56조5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기존 송·변전설비 투자계획도 증액이 불가피하다. 국내 송·변전설비 독점 운영 공기업 한전의 총부채가 작년 말 202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국가적 난제가 될 수 있다.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컨설팅 대표(서울대 초빙교수)는 “11차 전기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전력 계통”이라며 “발전부터 (전력)계통에 이르기까지 원가, 경제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현실적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시점에도 관심…전문가 “총선 이후가 적절”
발표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때마침 한 달 남짓 후인 4월10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전·현 정부에 걸쳐 ‘에너지의 정치화’가 심화한 가운데, 총선 전 11차 전기본 발표는 또다시 에너지를 정치 쟁점으로 만들 수 있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정부가 초안 발표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전문가위가 언제 11차 전기본 초안을 발표할지 특정할 순 없지만 정부가 ‘의도를 갖고’ 그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가위에서 11차 전기본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검토를 마치는 대로 실무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좀 더 원활한 공론화를 위해서라도 전기본 발표 시점은 총선 이후가 좋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시각이다. 김 대표는 “나라 전체가 총선에 관심을 둔 현 상황에서 전기본을 발표하면 분란만 일으키 원활한 토론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총선 이후 발표돼 충분히 논의 후 확정하는 게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