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어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은 전국 2741개 초등학교의 1학년생이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올해 2학기에는 6000여개에 이르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의 1학년생으로, 내년에는 2학년생으로, 후년에는 전 학년생으로 시행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늘봄학교는 가정의 자녀 돌봄 부담을 덜어주어 젊은층 부부의 출산 기피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이를 반기고 있다. 정부의 설문조사에서 예비 학부모의 83.6%가 찬성했다. 특히 방과 후 자녀를 돌볼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학원 뺑뺑이를 돌려온 맞벌이 부부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다. 하지만 정부가 애초 계획보다 개시 일정을 2년이나 앞당겨 시행에 들어가다 보니 준비가 덜 된 상태다. 늘봄학교를 담당할 기간제 교사들을 아직 다 채용하지 못했고, 여기서 운영할 프로그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자녀를 늘봄학교에 맡길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현장의 갈등과 논란도 여전하다. 특히 교사들이 늘봄학교 업무를 떠넘겨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초등학교 가운데 늘봄학교 참여 비율이 불과 6.3%로 전국 평균 44.3%에 크게 미달한 데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출생률이 낮고 방과 후 자녀 돌봄에 관심이 큰 서울에서 참여율이 앞으로도 계속 이처럼 저조하다면 늘봄학교 제도 자체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늘봄학교에서 안전한 돌봄과 알찬 교육이 동시에 조속히 실현되도록 미비한 점들을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늘봄학교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예산 투입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각계가 이에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야 한다. 문화예술계와 체육계가 나서준다면 늘봄학교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지역 시민사회의 기여도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에게 업무를 전가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그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늘봄학교도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시행되므로 교사들과 차단된 별도의 운영은 사실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