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17세 첼로 신동''
25일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
올해 독일 유학…유럽으로 활동 무대 넓혀
"순수함과 진심으로 음악 대하는 연주자 될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첼리스트 한재민(17)은 지난해 출전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결선에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함께 윤이상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던 도중 두 번은 첼로 줄이 끊어지고 한 번은 줄이 풀어진 것이다. 연주자라면 당황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한재민은 의연하게 연주를 이어갔다. 결과는 콩쿠르 우승이었다.
| 첼리스트 한재민. (사진=빈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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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은 최근 서울 서초구 빈체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연주 당시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사실 줄은 끊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2~3번 끊어지거나 풀릴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며 “처음엔 이럴 수 있다 생각했고, 두 번째 때는 약간 실망했는데, 세 번째 때는 여기서도 연주를 멈추면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연주를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한재민에게 ‘천재’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 앞서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 같은 해 제네바 국제 콩쿠르 3위 입상으로 세계 무대도 일찌감치 한재민을 주목했다. 지난해 5월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소속돼 있는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KD슈미트와도 전속계약을 맺었다.
한재민의 생각은 달랐다. “천재라면 하루에 2~3시간만 연습해도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재민은 “음악은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저는 천재는 아닌 것 같다”며 “연습도 노력도 많이 해야 좋은 연주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한재민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오는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내한공연에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1933년 창단한 오케스트라로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다. 한재민은 음악감독 구스타보 히메노의 지휘 아래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한재민은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함께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구스타보 힘 메노 지휘자는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 첼리스트 한재민. (사진=빈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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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민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한국 클래식의 미래를 이끌어갈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임윤찬과는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 입학 동기로 절친한 사이다. 한재민은 “(임윤찬) 형과는 옛날부터 알았는데 같이 연주할 때 노력하는 모습이나 음악을 만드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며 “좋은 친구처럼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이제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 무대를 향해 나아간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유학이 결정돼 올해 중 독일로 떠날 계획이다. 첼리스트 볼프강 엠마누엘 슈미트로부터 사사 받는다. 연주자로는 천재 소리를 듣고 있지만, 쉴 때는 10대 또래와 다를 것 없다. 취미는 요리, 그리고 축구다. 한재민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했다”며 “기회가 되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마드리드 홈구장)를 한번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첼로는 저에게 또 다른 말을 하는 수단이에요.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첼리스트는 아니더라도, 관객이 제 공연을 보고 ‘이 연주자는 정말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는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 첼리스트 한재민. (사진=빈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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