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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지주 내 은행 계열사들이 자금경색 상황에 빠진 제2금융 계열사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나은 자금 사정 탓에 은행들이 2금융권 관계사들의 유동성 지원의 첨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당국도 자회사 신용공여 한도 10→20%로 확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 신한은행에서 4000억원의 일반자금대출 차입을 결정했다. 신한카드는 “대출 기간은 1년으로, 안정적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이번 차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KB생명보험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렸다. 국민은행 측은 KB생명보험이 지난 2012년에 다수 판매했던 적립식 방카슈랑스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해약이 몰릴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신용공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여전채 시장 급랭으로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 캐피털 관계사들에 신용 보강을 통해 채권 발행을 지원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정도를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은 기준금리 지속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그간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금융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여전채를 매입해 주고 있지만 신용등급 A+이상만 매입 대상이라 그 이하의 신용 등급을 가진 회사들은 채권 발행 자체가 여전히 어려워 신규 영업이 어려운 형국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으로 지난달 들어 여전사들의 여전채 순발행액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여전채 시장 분위기가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중소형 캐피털사들까지 시장의 온기가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며 “가령 최근 지방금융지주 계열 캐피털사의 경우 신용이 좋지 않아 지주 내 은행 계열사의 신용 보강 지원을 받아 채권 발행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지주 계열사 간 유동성 지원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책당국은 지난달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10%포인트(p)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회사의 다른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10%에서 20%로, 신용공여 합계는 20%에서 30%로 늘어난다. 당시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단기 자금 시장에 어려움이 있으면 지주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지고 시장 안정을 해 주면 정부가 집중할 수 있는 부분과 부담도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은행도 자금마련 비상…당국 “금리 올리지마라, 은행채 발행도 하지마라”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에 대한 책임감은 금융시장 전반뿐 아니라 금융지주 내에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채권 시장 경색이 여전한 상황에서 여전사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이 다른 계열사들을 도와줘야 하는 입장인 만큼 금융당국이 비은행 자회사 지원을 위한 문을 열어 준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지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우려해 은행채 발행 및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는 반면 돈줄이 막힌 기업 등에 대한 대출은 확대하라는 상반된 메시지를 내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 및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도 기업대출은 오히려 확대하라고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견딜 만한 수준이지만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되면 은행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