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는 좀 전까지 밥 잘 먹고 잘 놀던 고양이가 어떻게 심부전 일 수 있냐고 펄쩍 뛴다. 그러면서 입원은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 쳤다. 실제 고양이 환자는 밥은 잘 먹었다. 하지만 몸은 깡말라서 갈비뼈가 드러나 보였고 근손실이 심한 상태였다.
통상 폐수종을 동반했을 땐 상당한 통증을 동반한다. 폐수종이 온 고양이들이 밥 먹기를 대부분 싫어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번 고양이 환자는 밥을 잘 먹고 있다.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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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호르몬은 주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물질대사 과정에 관여해 힘을 내게 한다. 그러나 갑상선에 작은 종양이 있을 경우 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항상성이 깨지게 되고 병 증상이 나타난다. 다행히 종양의 98%가 양성이다.
호르몬 분비가 늘면 위험을 느낄 때 반응하는 교감신경 항진과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공이 커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기관지가 확장되며 소화관 운동이 느려진다. 이 때문에 병에 걸린 고양이의 90% 이상이 체중이 감소한다.
다음으로 두드러지는 증상은 전보다 몸 근육이 탄력이 없어지고 쇠약해지는 것이다. 구토와 설사, 거칠어진 피부, 활동성 증가 등도 뒤따를 수 있다.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나 종양이 클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한다.
호르몬 분비는 놀라운 생명 유지 기능 중 하나이다. 호르몬이 의식과 본능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흡곤란 통증을 느끼면서도 호르몬 영향으로 식사를 맛있게 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결국 이번 고양이 환자는 현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어떤 날에는 호흡곤란으로 산소방과 약물을 찾아 병원을 방문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다시 퇴원한다. 18년을 함께 한 보호자에게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희망적인 사실은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동반한 심장병인 경우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개선되면 심장병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디 치료가 잘 돼 오래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