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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스위스를 보라

송길호 기자I 2022.09.05 06:15: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자연환경과 동물이 인간 문명과 함께하는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생물의 다양성과 건강한 생태계는 단 하나뿐인 지구의 지속 가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며 동시에 문명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즐거움, 보건위생 등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유럽국가들을 여행하다 보면 앞선 과학기술로 자연과 문명이 조화롭게 발전해온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시 곳곳에 잘 정돈된 물길들, 그 물길 사이에 난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 그리고 해발 3000미터 이상의 눈 덮인 산봉우리들을 편리하고 빠르게 오를 수 있게 하는 로프웨이들은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유럽경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알프스산맥에 둘러싸인 스위스는 미국 예일대에서 최근 공개한 2020년 국가별 환경성과지수(EPI)에서 전체 180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EPI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하도록 환경과 생태계의 건강성 등 각국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비교 평가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자연보호운동에 선도적인 국제자연보존연맹, 1961년에 창립된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의 본부 등이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한 각별한 노력과 함께 케이블카와 같은 다양한 로프웨이가 설치되어 있어 관광과 레저산업으로 인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주목할만하다. 2020년 스위스가 발간한 ‘로프웨이 산업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말 기준 스위스에서는 2433개의 로프웨이 시스템이 연방 또는 주의 승인을 받아 운행하고 있다. 2019/20 겨울시즌에만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2020만 명의 알파인 및 겨울 관광객으로 인해 로프웨이를 통한 운송 수익이 9228억 원에 달했다. 이 기간 케이블카 산업이 올린 총 매출은 2조 816억 원이며 1만6876명을 고용했다. 그중 음식과 호텔, 시설과 장비 임대 등이 약 31%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힘을 지녔다. 이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그들만의 고유한 지속가능성 전략 즉, 스위스테이너블(Swisstainable)을 추구하고 있다. 스위스테이너블은 차분한 마음으로 자연의 품에서 최대한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자연을 한층 가까이, 직접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오래 머물고 깊이 파보는 여행을 의미한다. 환경을 지키며 자연을 즐기려면 결국 ‘최소한의 발자국으로 이동하고, 먹고, 자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8%가 산림지역으로 스위스와 같은 산악국가이다. 한국삭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41개소에 143개의 케이블카 시스템이 설치돼있다.

유럽에 비해 적은 이유는 환경과 관련한 이슈들 때문이다. 1982년부터 40년간 끌어온 설악산 두 번째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대청봉 경관 훼손 가능성과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지 위협을 두고 재판을 거듭하며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이외에도 10년 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20년째 답보 상태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등도 이와 비슷하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케이블카 산업도 친환경 설치공법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360도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첨단시설 등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해묵은 논리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개방적 자세로 숙의의 과정을 다시 시작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은 스위스처럼 스마트 코리안스테이너블 (Smart Korean-stainable)을 정립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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