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이야기]'X 테크'가 바꾸는 산업지도

송길호 기자I 2021.12.23 06:15:00
[김지현 IT칼럼니스트] 핀테크(Fintech)는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금융업의 혁신을 뜻한다. 프로프테크(Proptech)는 부동산 산업에서의 기술 혁신을 뜻하며, 바이오테크(Biotech)는 의료산업에서의 디지털 혁신을 뜻한다. 그 외에도 Foodtech, Adtech, Edtech, Retailtech, Healthtech, Insurtech, Regtech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Tech 앞에 x가 붙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그렇게 전개되는 기술 혁신의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밸류체인의 와해. 대개의 유통업은 물건을 제조하는 브랜드나 도소매업자와 제휴를 맺어 이들을 입점시켜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의 역할은 더 많은 소비자들을 확보해 더 많은 상품이 팔릴 수 있도록 매장을 잘 구성하고 시기적절한 이벤트, 마케팅을 전개한다. 입점한 업체들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물류창고 - 택배로 이어지는 과정에 유통업체가 직접 책임질 수 없는 비효율과 단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는 고스란히 고객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반면 쿠팡은 잘 팔릴 물건들을 창고에 대량 직매입해서 값싸게 판매하며, 직접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고객의 집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기존에 여러 단계로 복잡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밸류체인이 수직통합화가 된 것이다. xTech 혁신은 그렇게 기존의 밸류체인을 와해시켜 효율을 극대화한다.

둘째. 커진 이해관계자의 편익. 10년 전만 해도 저녁에 야식으로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 먹으려면 상가수첩을 뒤적이며 먹음직스럽게 음식점에서 포장한 음식 사진들을 보며 전화를 걸어 음식 주문을 했다. 그렇게 눈감고 허우적대듯 음식을 주문하다보면 맛없는 음식점이 걸리기도 한다. 게다가 언제 도착할지 모를 배달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음식점에 전화를 하면 금방 도착한다고 하는 의례적인 말을 들으며 위안을 삼아야 한다. 심지어 배달 음식을 받으며 결제를 하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지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주머니에서 현금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배달앱은 이런 불편함을 모두 해결해주었다. 내 주거 지역 주변의 음식점들이 이웃들의 친절한 리뷰와 함께 소개되어 실패없이 음식점을 고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자세한 메뉴 소개와 가격들이 안내되어 있다. 음식 주문 시 1회용 숟가락, 젓가락 포함 여부와 음식 조리에 대한 여러 요구를 곁들일 수 있다. 심지어 배달 위치 확인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즉시 결제까지 가능하다. 이렇게 기술 기반의 서비스 혁신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편익으로 돌아간다.

셋째.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확대. 카카오T는 택시를 호출하고 시외버스와 기차를 예약할 수 있으며 내 차량의 주차비 지급, 바이크 대여 등의 다양한 교통 관련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이다. 카카오지도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통해 전국민의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며 확보한 사용자 저변과 트래픽을 기반으로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제 카카오T는 대리 운전 중계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우리가 타고 다니는 모든 것에 대한 전후방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 기반 혁신의 특징은 통합된 플랫폼을 통해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렇다보니 카카오톡도 메신저에서 시작해서 선물하기, 구독 서비스 중계, 쇼핑과 헤어샵, 장보기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 자주 이용하는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확장해가며 사업 외형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렇게 xTech는 기존 산업의 비효율과 밸류체인을 와해하며 새로운 사업 구도를 만들어 기존의 사업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구성을 바꾸어 놓는다. 사업 전개 과정 상 중간중간 역할을 하던 여러 미들맨(중간 중계자)들을 사라지게 하고 이해관계자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또한, 줄어들 혹은 재편성된 이해관계자들이 기존보다 더 편리하게 더 나은 고객경험과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시장 재편이 되면서 이렇게 사업과 시장을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는 계속 확장되면서 더 많은 사업 혁신을 만들어낸다.그것이 xTech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런데, 그런 xTech가 늘 환영받는 것만은 아닙니다. 기존의 밸류체인을 와해하는 과정 속에서 기득권 그리고 작은 중계자들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사라지게 만든다. 또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너무 많은 권력과 사업 주도권이 독점적으로 주어짐으로써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지배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우려도 발생한다. 일례로 교통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사용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타다는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과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켜 2020년 4월경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기까지 한다. 또한, 배달앱의 성장 이면에는 전국의 소상공인으로 사업을 하던 상가수첩을 무너뜨렸고 음식값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배송비를 지불해야 하는 개인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물론 반대 급부로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들의 권익은 커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음식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나 배달비 관련 중계 수수료 등에 대한 수익률이 과다하게 높아진다면 그건 고스란히 플랫폼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 산업영역에서 기술 기반으로 서비스, 사업 혁신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더 나은 가치와 편리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도태되고 외면 당할 수 있으며 독점적 지위로 인한 공정거래의 이슈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사회는 더 나은 혁신으로 사회 모두에게 이로움이 커질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이해상충의 이슈까지 고려해 적절한 제도와 규제가 양날의 검처럼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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