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7일 OECD 국가의 청년(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 및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청년 대졸자 고용률은 75.2%로 37개국 중 31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고용률이 저조한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3%로 OECD 37개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기준 청년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 비경제활동인구의 주된 활동상태를 살펴보면 10명 중 3명은 취업준비생이며, 10명 중 2명은 그냥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대졸자의 취업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지적했다. 우리나라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율은 50.0%로 OECD 22개국 중 1위였으며, 올해 통계청 조사에서도 일자리와 전공과의 불일치율은 52.3%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대학 정원 규제가 미스매치를 유발한다고 봤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2008년도 141명에서 지난해 745명으로 다섯 배 넘게 증원된 반면, 우리나라 서울대는 55명으로 고정됐던 인원을 70명으로 겨우 증원하는 데 그쳤다. 한경연은 대학 정원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적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졸자 연평균 3.0% 늘었지만 고학력 일자리는 ‘1.3%’ 증가
고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대졸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도 청년 대졸자 고용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청년 교육 이수율은 69.8%로 OECD 37개국 중 1위를 차지했지만, 고학력 일자리 고학력 일자리 수는 이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졸자는 연평균 3.0% 증가하는 데 반해 고학력 일자리는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한 한경연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존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생산시스템 고도화에 따라 전 산업 취업유발계수는 2010년 13만8000명에서 2019년 10만1000명으로 감소했으며, 소위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2010년 7만8600명에서 2019년 6만2500명으로 줄었다.
한편 우리나라 주요 업종 중 청년 대졸자가 취업할 만한 8개 업종에서 총 34만6000명이 일자리 상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이러한 일자리 상실 위기 대응을 위해 4차산업 혁명시대에 걸맞게 첨단산업으로의 신속한 사업전환과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청년 대졸자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규제 부문 경제적 자유도 165개국 중 149위
아울러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도 청년들의 신규 채용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WEF 노동시장 경쟁력 순위는 141개국 중 97위를 기록했으며, 프레이저 연구소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 순위는 165개국 중 149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기업들의 신규채용을 위축시키며 청년들의 취업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교육 수준은 최고 수준이지만 인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며 “대학 정원 규제 완화, 대학 교육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 해소에 힘쓰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로 청년들의 취업 진입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