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주거 불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세 중심의 주거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 시장에 존재한다면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주기적 주거불안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의 공급은 공공보다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공공에서도 장기전세주택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에서 2007년 최초로 도입했다. 주변시세 대비 80% 이하 수준으로 공급되며, 저렴한 보증금으로 인한 입주자들의 임대료 편익은 월 83만원에 이른다. 입주가구 만족도도 95.5%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평균 만족도 88.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장기전세주택 입주자들은 저축을 하는 가구 비율이 67%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저축비율 35% 보다 월등히 높다. 장기전세주택의 보증금이 주변의 민간임대시세 대비 낮아 저축여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유추되며 이는 장기전세주택 거주기간동안 자산축적을 통한 주거사다리 역할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구임대주택은 수급자 및 고령가구 비율이 높은데 반해 장기전세주택은 초등생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비율이 33.4%에 달한다. 이런 특징은 공공임대에 저소득, 고령1인가구가 주로 거주한다는 편견을 바꾸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모델이 잔여적 모델에서 일반적 모델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과제가 검토돼야 한다. 첫째, 소비자가 부담 가능해야 하고 둘째, 충분한 양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하며 셋째, 지속 가능한 모델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강남에서 10억을 초과하는 장기전세주택이 공급된 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임대료는 평균적으로 시세의 50% 이하에 불과하다. 시민 주거안정을 위해 서울시내 모든 자치구가 일정 비율의 공공임대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서울시 자치구별 공공임대재고는 지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지역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장기전세 공급으로 인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강남3구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변시세, 장기전세주택의 보증금 수준, 입주자 소득 등 세 가지 요소간의 균형을 위한 개선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부담가능성 측면에서 장기전세주택의 임대보증금을 시세에 연동하는 방식에서 소득비례 보증금제 도입을 통해 입주자 소득을 감안하는 방식으로 개선안이 제안돼 있고 추가로 보증금 분납 방식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공공임대와 장기전세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의 문제다. 서울시는 2021~2026년까지 6년간 12만1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중 7만가구를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시내 53만가구로 추정되는 중산층 임대 수요에 비교하면 장기전세주택의 공급계획량이 충분한 물량은 아니다. 그러나 중산층 임대수요를 전부 공공에서 담담할 것은 아니고 향후 민간이 공급하는 공공지원임대주택 등을 통한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 공급확대가 필요하다.
세째로 장기전세주택이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통합공공임대주택 수준의 국고지원과 운영관리를 위한 비용 등이 고려돼야 한다. 장기전세주택은 그동안 정부 재정 지원 없이 주택도시기금과 공사채 발행으로 사업비를 조달해왔다, 월 임대료가 없는 모델이다 보니 사업자에게는 운영관리부분도 부담이 된다. 현재의 100% 전세 방식에서 일부 월세를 포함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운영관리 차원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 측면에서도 검토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