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년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 마이너스(-)0.3%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1년 뒤인 올해 5월엔 2.6%를 기록했다. 6월 2.4%로 낮아졌으나 7월과 8월 2.6%대를 기록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은 올해부터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경기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상황에서 내수경제도 활성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더욱 가속화된 흐름이다.
한은이 지난 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개인서비스 물가는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8월 기준 개인서비스물가는 전년 말에 비해 3% 상승률을 보이며 예년 수준(2015~2019년 평균, 2.5%)을 크게 웃돌았다.
1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전산업·제조업부문의 전년대비 근로자 1인당 임금 상승률은 올 2분기 들어 꺾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개인서비스업 임금 상승률은 상승폭이 커졌다. 숙박·음식점 등 개인서비스 연관업종 단순평균으로 계산한 개인서비스업 근로자 1인당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0.3% 감소에서 3분기(0.6%), 4분기(0%) 모두 0%대에 머물다가 올 1분기 1.6%로 상승했고 2분기엔 3.4%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산업, 제조업 근로자 1인당 임금상승률도 올 1분기 4.2%, 5.8%까지 오르면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2분기 들어서는 4.0%, 5.6%로 상승폭이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근로자 1인당 임금상승률은 전산업과 제조업이 1분기 대비 2분기에 오름폭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개인서비스업은 큰 폭 증가했다”면서 “숙박·음식점 등 개인서비스 연관업종 단순평균치인데 이는 코로나19 4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대면서비스, 내수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물가상승에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작년 하반기부터 물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돼 온 원유수입물가는 국제유가가 지난 해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다가 5월 이후 기저효과 줄면서 오름폭이 축소됐다.
원유 수입물가 상승률(원화 기준, 전년동기대비)은 1분기 중 11.1%에서 2분기 중 101.5%로 크게 높아졌다가, 7월 중에도 60.7%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 상승률(두바이유 기준, 전년동기대비)도 18.6%에서 109.2%로 크게 확대됐다가, 7~8월 중에도 64.3% 정도로 낮아졌다. 그러나 60%대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조적 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2분기 들어 1%를 웃도는 가운데 8월 중에는 1%대 초중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근원물가가 정부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감안해 관리물가를 제외하고 보면 8월 중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 수준으로 올랐다.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 141개를 추려 본 생활물가지수는 넉 달 째 3%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달엔 3.4% 뛰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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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한은은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2%대를 달성하게 된다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의 기록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세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기대 중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1년)은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전문가그룹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5년)도 2%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